용산국민법정 타이틀

용산 국민법정 소식
제목 [오마이뉴스 기획연재 1]'이명박 불도저'를 고발한다
번호 19 분류   조회/추천 2317  /  328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10월 14일 20시 02분 05초

'이명박 불도저'를 고발한다

[용산 국민법정1] 내가 기소장을 제출한 까닭

 

- 홍이(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지난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가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 권우성
용산 재개발지역

 

 

 

며칠 전 저녁 식사를 하며 우연히 텔레비전 뉴스를 보게 되었다. 기자는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 임대주택 보급률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전했다. 최근 건설경기가 나아지면서 신축 주택들이 늘어났지만 전세 값은 올라가고 오히려 임대주택 건설비율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집은 늘어났으되 정작 그 집이 꼭 필요했던 가난한 이들에겐 '그림의 떡'인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이런 현상이 작년부터 시작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문득 이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정책의 결과와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지난 9월 30일, 용산국민법정 준비위원회는 피고인 출석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약 2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7천여 명의 사람들이 기소인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단시간에 많은 기소인들이 참여하게 된 배경에는 재개발 현장에서 용산 철거민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기소대상 중에 유독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목소리들이 많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기소 이유에서도 단지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사건뿐만 아니라 대학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고,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에 문제를 제기하며 서민 생활을 더 어렵게 하는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들어 있었다.

 

얼마 전 우리는 고(故) 노무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았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두 번의 국민장과 국장을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와 관련하여 국장이냐 국민장이냐, 혹은 가족장이냐를 두고 큰 논쟁이 있었다. 시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국장과 국민장에 대한 법조문까지 올려가며 많은 토론을 했다. 그 가운데 국장 및 국민장 대상자에 대한 조항으로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은 자"를 언급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 부분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사건의 희생자들이 떠올라 안타까웠다. 그들 또한 한 가족에게는 생계를 책임지는 든든한 아버지였고 성실히 살아가던 한 사람의 시민이었다. 그저 잘못된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위협받는 생존권을 지키고자 최후의 수단으로 건물 옥상에 올랐으나, 이들의 고통과 절망은 보지 않고 경찰과 정부에게는 그저 강압적으로 진압해야 할 '도심 테러리스트'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물론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은 자"에게 국장이나 국민장을 치르도록 하는 것은 응당 맞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부당한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에 이른 이들에게는 어떠한 예우가 합당할 것인가? 두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보며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어냈던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모습이었다. 열사의 장례식 역시 정부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에 분노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3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철거민 살인만행 이병박정권 퇴진, 빈민탄압중단, 민중생존권 쟁취 빈민대회'에서 용산 철거민참사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 유성호
용산철거민참사

 

지난 1월 20일 용산 4구역에서 생존권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다섯 명의 철거민들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의해 돌아가셨다. 그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분노하며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철거민들이 돌아가신 남일당 현장을 에워싸고 거리에서 경찰과 정부를 규탄하며 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외쳤다.

 

이제는 사건이 벌어진 지도 벌써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돌아가신 철거민들은 여전히 병원 영안실에 있고, 유가족들은 꿋꿋이 남일당 현장을 지키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막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저항을 강압적으로 진압할 것을 명령했던 이들 중 누구도 책임지려는 이가 없다. 아니 사과의 말 한마디조차 꺼내려 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1월 남일당을 가득 메웠던 많은 이들의 분노가, 추악한 국가 폭력에 대한 분노가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부와 경찰의 계속된 침묵과 탄압에 이어 검찰조차 수사기록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재판 역시 수차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 국민법정이 준비되고 있다. 용산 국민법정은 정부 공권력에 의한 살인사건을 사법부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 국민들이 직접 국민들의 법정에서 이 사건을 다시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이 재판부가 되고 배심원이 되어 이 사건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들의 상식과 양심으로 명확히 밝혀 보려는 것이다. 경찰의 위협적인 강제 진압을 누가 지시하였고, 검찰은 무엇 때문에 수사기록 3천 쪽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재개발로 인한 인권 침해는 무엇인지 샅샅이 밝혀보려는 것이다. 용산 국민법정은 책임자들인 국가와 시공사, 재개발조합, 철거 용역업체의 책임을 묻고 유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적절한 배상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다.

 

국가와 공직자들이 침묵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바로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 역시 우리의 부족함일 것이다. 진실을 찾기 위한 첫걸음은 용산 철거민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들을 국민법정에 기소하여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다. 10월 18일 용산 국민법정의 기소인과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뜻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자.

 

 

 


  
덧말
이름 비밀번호
쓰기 목록 추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