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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론]공권력 남용, '국민법정'에 세우다 - 한겨레
번호 25 분류   조회/추천 3057  /  536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10월 17일 14시 39분 05초

[시론]공권력 남용, '국민법정'에 세우다

 

하태훈(고려대 법대 교수)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용산참사로 철거민들이 사망한 지 세 번째 계절이 바뀌고 있지만 사망자나 유족 모두 참사 당시의 차가운 겨울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은 불법적인 생떼 쓰기로 비하되고 도심 테러와 살인 행위로 낙인찍혔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유족들은 검은 상복을 입은 채 아직도 천막생활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가장이나 자식을 잃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그들이 공무집행을 방해하여 경찰을 죽게 한 범죄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욱 억울하고 가슴 아플 것이다. 망자의 원한을 풀어줄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이 이들을 더욱 서럽게 한다.

 

수사와 재판은 처음부터 불공정하게 시작되었고 현재 공판이 진행중이다. 강경 진압의 폭력성은 망루의 화마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진 채 철거민의 불법성만 부각되었다. 결국 강경 진압한 경찰이나 철거용역업체는 공정한 법집행이자 공권력 행사라며 면죄부를 받고, 망루에서 희생당한 철거민과 살아남은 자들만 범죄자가 되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로 기소되어 법정에 세워졌다. 국민이 죽어나도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이 없이 공권력의 남용은 진압에서부터 수사와 기소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수사기록 공개결정도 무시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침해되고 변호인이 사퇴하는 등 재판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를 방관하면서 스스로 재판부로서의 권위를 포기하였다.

 

그러니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 검찰과 법원을 믿지 못하는 시민들이 검사와 법관, 변호인과 배심원의 역할을 맡아 ‘국민법정’을 꾸려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의 책임자를 밝혀 그들에게 정당한 심판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폭력적인 강제 진압은 누구에 의해서 지시되었고, 실제 실행의 책임자는 누구인지, 용산참사 이후에 누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법정에서는 인간다운 주거생활권을 박탈하는 살인적인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과 폭력적 강제퇴거의 책임도 드러내고자 한다. 국민들이 나서서 잘못된 법집행과 공권력 행사, 잘못된 법과 제도를 질타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법정은 법적 지식과 경험은 미흡하지만 건전한 생각과 양심을 가진 국민의 눈으로 용산참사를 바라보겠다는 취지에서 준비된 것이다. 우리 국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과 법감정에 기초하여 재판을 진행하고 유무죄의 판단을 이끌어 낼 것이다. 국민법정에서는 형사법정이라는 틀을 통해 기소인단 대리인과 피고인 쪽 변호인이 나와서 공소사실에 관해 공방을 벌이고, 배심원단 추첨을 통해 선정된 50명의 국민배심원과 다양한 사회구성원으로 구성된 9명의 재판부가 평의와 판결을 내리게 된다.

 

시민사회가 발전한 나라들에서는 이런 국민법정 형태의 재판들이 종종 진행된다. 일제의 성노예(종군위안부)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국제법정과 이라크 전쟁의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진행되었던 전범민중재판 등이 그것들이다. 비록 법적 근거는 없지만 많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 상식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도출함으로써 사법정의를 열망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검찰과 사법부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전하려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가 사법권을 직접 행사하는 국민법정을 세워, 이 사회에 진실과 정의를 밝혀내려는 것이다. 10월18일 역사적인 국민법정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용산의 정의와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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