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소한다.
그곳 사람들 중에는 세 들어 사는 곳, 장사하는 곳마다 재개발을 해대서 이주를 반복해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이사든 집에, 동네 가게에, 이웃에, 학교 친구들에 정붙일 만하면 내쫓겨 어디론가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용산에도 흘러들었다.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재개발의 목적은 그곳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는 그 목적을 재개발 추진과정에 관철시킬 의무가 있다. 땅주인과 건물주인의 재산권의 행사가 세입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규제할 의무가 있다. 규제할 의무를 넘어 세입자의 주거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시킬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국제인권조약으로부터 그러한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적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정착할 수 있고,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부담가능한 집에 살 수 있으며, 정당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 혹은 지향을 가진 사회’라면 그 사회의 행정기관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용산에서 관련 정부기관은 국민으로부터 부과된 그 의무를 망각하고 부정했다. 용산구청과 서울시청은 용산의 재개발이 세입자의 인권을 후퇴시킬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 영향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도 없이, 재개발조합에 인허가를 내 주었다. 용산구청이 세입자들의 인권침해 호소를 ‘떼잡이’로 매도하여 선전활동을 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입자들이 재개발조합/시공사/정비업체의 동맹이 부른 소위 ‘철거 깡패’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동안 경찰들이 그 폭력을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 역시 명백한 직무유기다.
나는 이 사회가 정의를 지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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