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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모조모 따져보기 3] 무자비한 강제진압, 소중한 목숨들, 경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는가
번호 22 분류   조회/추천 1975  /  331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09월 30일 15시 50분 27초

무자비한 강제진압, 소중한 목숨들, 경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는가

                                                                                                     이호중( 서강대 법학교수)

 

2009년 1월 20일 경찰의 강제진압은 망루농성이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생존권보장을 외쳤던 5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경찰관 1명도 희생되었다. 2월 9일 검찰은 용산 철거민 삼아사건에 대한 사수결과를 발표하면서 철거민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던 반면에 강제진압에 나섰던 경찰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경찰의 강제진압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와 사망에 대하여 철거민들이 범죄자이고 경찰은 적법하게 공무를 집행한 것이라고 하면서 면죄부를 준 것이다.

 

법의 세계에서 적법과 불법을 판단하는 사법기관은 사건의 진실을 생산하는 엄청난 권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적법과 불법의 판단이 시민들의 상식적인 생각에서 멀어지는 순간 법의 이름으로 진실의 왜곡이 이루어진다. 그 순간 법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괴리되어 국민적인 신뢰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단지 국가폭력을 미화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이건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념을 담은 ‘진짜 법’이 아니다. 용산참사사건에 적용되어야 진짜 법은 무엇이며, 진짜 범죄자는 누구인가?

경찰은 범죄행위가 발생하면 진압을 통해 치안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공권력의 발동은 근본적으로 국가의 폭력행위이기 때문에 적법한 요건에 따라 발동되어야 하며 꼭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이것은 헌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분명하게 요구하는 원칙이다. 경찰의 강제진압이 적법성원칙 및 비례성원칙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경찰의 진압작전은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이며, 이에 저항한 망루농성자들은 위법한 공권력에 맞서 투쟁하다가 안타깝게 희생된 열사들이다. 반대로 경찰의 공권행사가 적법한 것이라면 망루농성자들은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우선 강제진압 당시의 상황을 잠시 더듬어 보자. 경찰은 망루농성에 대해 “서울 도심 한복판의 건물을 점거해 망루까지 설치하고 거리에 많은 화염병을 투척해 시민 안전에 위해가 우려되는 심각한 사안”(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2009.1.21. 국회출석답변 중에서)이라고 판단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망루농성이 시작된 1월 19일 망루농성자들은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경찰의 비호 아래 각목과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하고 물대포를 이용하여 압박하는 것에 맞서 이들에게 화염병과 벽돌을 2차례 정도 던진 것이 전부이다. 망루농성자들이 행인이나 도로교통에 무작위로 위해를 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경찰은 망루농성이 시작된 직후부터 남일당 건물을 둘러쌓고 있었으나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의 위법한 폭력행위를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의 비호 아래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은 폭력적으로 망루농성을 진압하고자 하였으며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하였던 것이다. 그래 놓고는 망루농성자들을 도심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으로 간주하여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자. 도심의 안전을 위협한 것은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행위이다. 그들부터 진압했어야 마땅하다. 경찰의 강제진압은 시민의 안전에 대한 위해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발동되는 경찰의 공권력행사이다. 그런데 망루농성은 행인이나 주변 도로에 대하여 어떠한 위해행위를 가한 적이 없다. 경찰권 발동의 적법성 요건인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해’는 철거용역들이 자행하였고 경찰은 그것을 비호하고 있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의하면 망루농성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철거민들이 왜 남일당 건물에 들어가 망루농성을 하려 했는지 말이다. 용산 제4구역의 재개발사업이 시행되면서 상가 세입자들은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 채로 생존권박탈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철거용역들의 온갖 폭행과 협박, 성희롱 등에 시달려야 했다. 장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강제퇴거의 순간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었다. 망루농성은 반인권적인 재개발사업, 폭력과 인권침해가 난무한 철거의 현장에서 생존권보장을 외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법은 이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남의 건물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테러범? 아니다. 형법은 위난에 직면하여 그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행위를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다. 일명 긴급피난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이 무참하게 짓밟는 것은 위난에 해당한다. 망루농성은 그런 위난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으며, 비폭력 저항행위였다. 그렇다면 망루농성은 위법하지 않다. 철거민들의 망루농성을 도심테러행위로 몰고 간 경찰 간부들의 비뚤어진 시선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위법하지도 않은 망루농성, 인근의 시민들에게 위해를 전혀 가지 않았던 비폭력 망루농성, 그것을 테러행위라고 하면서 무자비하게 진압작전에 나선 경찰이 진짜 범죄자이다.

더구나 경찰은 진압과정에서 망루농성자들의 생명이나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백번 양보하여 경찰 주장처럼 망루농성이 주거침입죄라는 범죄행위라고 하더라도 경찰의 공권력행사가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비례성원칙에 따라 경찰의 공권력행사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당시 상황을 판단해 보자. 첫째, 경찰 공권력행사를 제한하는 비례성원칙에 따르면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해가 없는 상황에서는 진압작전은 최후의 수단으로 수행되어야 하고 그것보다는 설득과 협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농성 시작 25시간 만에 전격적인 진압에 들어갔다. 이것이 첫번째 비례성원칙 위반이다. 둘째, 망루 안에는 화염병, 시너 등의 인화물질이 다수 있었다는 것을 경찰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의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 따르면 “시설검거 농성시 우발상황에 대비, 특수장비?안전장구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에어매트, 고가사다리 및 소방?조명차 등을 사전에 확보” 해야 하고, “시위 또는 농성이 철탑, 다리, 건물옥상, 타워크레인, 조명탑 등 높은 곳에서 이루어질 경우, 안전매트 신속설치 및 구급차 등 배치로 응급체제를 구축”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진압작전 당시 경찰은 남일당 건물 북쪽에 3개의 안전매트를 설치했을 뿐 다른 안전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이것이 두 번째 비례성원칙 위반이다. 셋째, 망루 안에 화명병 등 인화물질이 있는 경우 경찰은 화염병을 소진하게 한 후 진압에 나서도록 경찰 스스로 작성한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성급하게 컨테이너를 통해 경찰특공대를 남일당 건물 옥상에 투입함으로써 이와 같은 법집행 매뉴얼을 스스로 준수하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화재참사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것이 세 번째 비례성원칙 위반이다.

결국 1월 20일 강제진압은 경찰 공권력행사의 요건이나 절차, 수단?방법 모든 면에서 적법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건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를 비롯하여 강제진압작전을 지휘하였던 경찰간부급 공무원들에게 엄중하게 위법한 공권력행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이 진짜 범죄자인 것이다.

강제진압과정에서 발생한 화재, 그리고 농성자들의 사망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까? 강제진압이 위법한 것임은 물론이고, 경찰은 당시 망루 안에 있는 인화물질로 인하여 섣불리 진압작전을 수행할 경우 화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농성자들의 사망이나 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화염병 등 인화물질을 소진하도록 유도하는 등 안전사고의 방지를 대비를 소홀히 한 채로 전격적으로 진압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그 결과 망루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비록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하더라도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강제진압을 시도할 당시 경찰은 이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으며, 또한 망루라는 좁은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그 안에 있던 다수의 인명이 사망하게 될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대목이다. 이처럼 화재발생 및 인명피해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법적인 공권력행사를 감행하였다는 것은 농성중인 철거민들의 안전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재빠른 진압에만 골몰하였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강제진압과정에서 철거민들이 사망하건 다치건 상관없다는 태도를 가진 것 아닌가? 마치 조폭이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듯 말이다.

경찰의 살인진압의 증거는 더 있다. 망루 안에 있던 농성자 3명이 화재로 인해 망루에서 옥상으로 탈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있던 경찰특공대원이 이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농성자 2명이 사망하게 된 것, 농성자 중 1명이 화재발생 후 5-6미터 높이의 망루문을 통하여 옥상을 뛰어 내리다 부상을 입었으나 현장에 있던 경찰특공대원은 김창수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진압작전시 옥상으로 진입한 경찰특공대원들이 망루농성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행사한 점 등을 보면, 경찰은 그저 신속한 진압작전을 수행한다는 일념 하에 농성자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한 것 아닌가!

누군가의 사망에 대하여 형법적 책임을 지는 방식은 고의가 있으면 살인죄가 되고, 고의가 없이 과실만 인정되면 과실치사죄가 된다. 농성자의 사망에 대하여 검찰은 경찰의 과실책임조차 부정하였다. 그러나 사정이 이러하다면 경찰에게 농성자의 사망에 대하여 단순한 과실 이상으로 소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법체계는 기소권을 검사에게만 인정하고 있다. 경찰의 강제진압이 명백히 위법한 공권력행사이며, 살인의 고의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경찰의 범죄성을 부정하였다. 대신에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농성철거민들에게 전가함으로써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시민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시민들이 나서서 용산참사의 진짜 범죄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진실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시민의 이름으로 외쳐야 한다. 삐뚤어진 눈을 가진 이들에게 용산의 진실을 밝히기를 기대할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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