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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입 다물라 3] 천성관, “딱딱한 심장의 당신이야말로 유죄 중의 유죄”
번호 24 분류   조회/추천 1812  /  347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10월 01일 19시 07분 23초

[그입 다물라 3] “딱딱한 심장의 당신이야말로 유죄 중의 유죄”

                                                   빠쳄/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법이란 게 뭐 특별한가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지없이 삶의 이치, 또는 정의가 무너져 버릴 때 더 그렇다. 옆 사람이 아프면 어디가 아픈지 머리라도 짚어보는 마음, 누군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면, 그 탄식에 최소한 귀를 기울이는 것. 양심에 따라 행하는 것이 정의이고, 삶의 이치이며, 법 또한 기본 출발은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하루아침에 남편 잃고, 아들까지 살인자가 된 용산참사의 유가족들이 있다. 아버지의 영안실에서 수개월째 책가방을 싸고, 등하교하는 아이들이 있다. 너무 억울한 죽음이어서 아홉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용산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해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묻고 싶다. 왜 죽었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삶의 이치에서 묻고 싶다. 이토록 절절하게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는 통곡소리에 정말로, 단 한 번도, 가슴이 움직이지 않더냐고. 아주 작은 미동이라도 있었다면, ‘경찰 무죄, 철거민 유죄’라고 그리 쉽게, 간단하게 말하진 못했을 거다. 그래서 검찰의 공정한 수사 등을 묻기 전에, 먼저 “딱딱한 심장의 당신이야말로 유죄 중의 유죄.”라며 걷어차 주겠다.

 

이제 법의 이치로 묻겠다.

법 집행자들은 첫째도 공정함이요, 둘째도 공정함이다. 그런데 어떠했는가? 한 가지 예만 들어본다. ‘용산 철거민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채, 이들을 무혐의 처리했다. 반면, 치료중인 철거민들은 도주의 우려도 없는 데도 우물가서 숭늉 찾는 격으로 조사하고, 아버지의 주검 앞에 마지막 인사를 올리겠다는 아들까지 ‘살인자’란 혐의를 붙여 잡아갔다. 철거민과 경찰, 양쪽이 피의자선상에 올라 있는데도 이처럼 편파수사를 진행했다. ‘공정한 수사’ 원칙에 위배된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

 

3000쪽의 수사기록을 왜 공개하지 않는가?

천 전 지검장은 “헌법 조문에 의하면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만 개시가 가능할 뿐, 증거 제출을 하지 않은 내용은 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다른 사건과의 연관성도 있기 때문에 그 사건의 자료만 공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법원에서 검찰 기록을 공개하라고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그 때는 저희 쪽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들 주장만 듣고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싶다"며 함량미달의 법원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데 납득이 가질 않는다. 공들여 수사한 방대한 양의 기록이었다. 몇날 며칠을 밤새워 작업한 결과물이었을 거다. 그 분량만 보더라도 허투루 조사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왜 그 노고를 검찰 스스로 감추려는 것일까?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라도 이에 대해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 3000여 쪽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증거개시의무위반 및 검사의 객관의무를 규정한 검찰청법 제4조에 위반된다. 그 뿐인가. 증거기록의 제출거부행위는 재판의 피고인인 철거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하고, 경찰의 위법한 진압작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하므로 증거은닉죄에도 해당된다.

 

또한 용산참사의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장으로서, 최종 지휘라인에 있었기에, 천 전 지검장에 대해 직무유기죄, 증거은닉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피의사실공표죄의 공동정범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끝으로 오지랖을 발동해서, 검찰의 현 위상을 천 전 지검장에게 알려주겠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검찰을 불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주요 기관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1위에는 시민단체(21.6%)가 꼽혔고, 검찰(3.2%)은 꼴찌였다. 언론(8.5%), 종교단체(8.1%), 법원(8.0%), 국회(6.3%), 군대(3.4%)보다도 낮았다. 지난 8월 『시사인』 조사결과, 국민 47.1%가 검찰을 불신한다고 대답했다. 검찰의 잣대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검사의 도덕성이 추락했다는 게 그 다음 이유였다. 얼마 전 검찰총장의 후보자였었던 천 전 지검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스폰서, 거짓말 등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전국에서 7번째로 비싼 아파트를, 그 값이 무려 28억7천만원이라는데, 23억5천만원의 빚을 내서 샀다는 믿을 수 없는 뉴스를 보면서, 용산참사의 희생자들과 그 위에 건설될 뉴타운의 조감도, 그리고 그 아래 묻어 있을 검은 파이프라인들이 떠올랐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8개월이 지났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공정한 법 집행이 화석화된 돌덩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난한 시간 속에서 익히 체득하였지만, 그래도 법의 집행을 외면할 수 없다. 아니,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신뢰도 0%란 바닥을 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용산참사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하라. 3000쪽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

끝으로 간곡하게 당부하건대, 추석을 앞둔 유가족들을 찾아가길. 가서 향이라도 피워놓기를. 가시발걸음이라도 그게 살아가는 이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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