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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기사2]시민을 향한 군대, 경찰기동대
번호 27 분류   조회/추천 2249  /  396
글쓴이 대책위    
작성일 2009년 10월 07일 15시 42분 50초

시민을 향한 군대, 경찰기동대

 

2008년 이후, 시위 진압 경찰 부대와 경찰 버스들이 도심 곳곳을 점령하고 있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다. 대규모 시위라도 있는 날이면, 경찰 부대는 주요한 길목마다 지키고 서서 시민들의 통행을 강압적으로 제한하면서도, 시민들에게 그 이유와 법적 근거를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계엄령이라도 떨어진 것일까? 그런 날 거리는 경찰에게 점령되어 경찰의 통제와 지배 하에 들어간다. 시민들이 그런 지배에 고분고분하게 따르지 않고 표현과 집회의 자유, 통행의 자유라도 주장할라치면 강압적인 노상 구금이나 체포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런 시위 진압 경찰은 ‘투구’와 ‘갑옷’을 입고, 곤봉, 방패를 든다. 곳곳에 ‘성벽’을 쌓기 위한 경찰 버스와 ‘트랜스포머‘ 변형 차벽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물대포차가 화력을 지원한다. 훨씬 강력한 살상 무기를 보유한 현대식 군대가 있다보니 착시현상에 의해 그 위력이 반감되어 보이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도 자연 상태의 인간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군대의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비살상무기 사용에 그치지 않고 테이져건이나 다목적 유탄발사기 등 저살상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저살상무기란 총기와 같은 본격적인 살상무기는 아니지만 사용 방법에 따라 충분히 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뜻한다. 실제로 테이저건의 경우 외국에서 여러 차례 사망사건이 발생한 바 있고, 한국 경찰이 사용 중인 다목적 유탄발사기는 독일군에서 살상용으로 사용 중이다.

 

또한 경찰은 철저한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진압 경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은 징집병들인 전의경으로서 군대의 규율을 강요받으며, 소대장이나 중대장과 같은 중간 지휘관들 역시 현장에서 직업경찰관으로서 법률에 의거하여 자신의 판단에 따르기보다는 상부의 지휘에 철저히 복종해야 하는 구조이다.

 

이런 조직은 현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세세한 법적/인권적 고려보다는 최고지휘권자의 의사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된다. 일례로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특공대원들은 망루 2차 진입 당시 망루 내 가득한 신나 냄새 때문에 환각 상태가 오는 등 위험을 감지했으나, 농성자 검거가 작전의 최우선 목적이었고 특공대장이 작전의 계속을 종용했기 때문에 망루 내에 진입하고서도 안전 상태 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명령이 내려오면 따지지 않고 수행하는 것, 작전의 목표가 최우선시되며 나와 ‘적’의 안전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 것, 그것은 곧 군인과 군대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런 작전은 결국 대량 인명 살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군대가 살상 행위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듯이, 시위 진압 경찰 역시 책임지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분명 공권력 남용죄와 공무원의 폭력 행위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2005년에 두 명의 농민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게 구타당해 사망했고 2007년에도 한 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경찰 중 형사적 책임을 진 이는 아무도 없다. 2009년 용산에서도 철거민 다섯 명이 경찰의 진압 작전 중 사망하였으나 경찰은 아무도 기소당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준군사조직으로서 경찰 부대, 경찰기동대의 본질적인 기능,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은 테러조직을 상대하는가? 범죄조직과 전투라도 벌이는가?

 

경찰기동대는 항의하는 시민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과의 전투, 진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항의하는 시민들은 2008년 촛불시위 때처럼 때로는 촛불 하나만 달랑 들기도 하고 때로는 용산에서처럼, 쌍용자동차 투쟁에서처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기도 한다. 이러한 저항 수단의 차이에 대한 시민들 내의 논쟁은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어떤 방식을 취하든, 무장한 경찰 부대의 공격은 공평하게 들어온다는 것이다. 경찰은 평화 시위는 보장하겠다고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하지만, 2008년 폭력적으로 진압된 촛불시위의 경험은 이게 거짓말임을 온 국민이 다 알게 만들었다. 우리들은 평화시위냐 폭력시위냐 하는 저들이 만들어놓은 거짓 담론에 갇힐 것이 아니라, 시민을 향한 군대, 권력자가 시민들의 항의와 저항을 폭력적으로 분쇄하기 위해 존재하는 준군사조직, 경찰기동대를 어떻게 중립화하고 더 나아가 민주적으로 대체/해체할 것이냐를 놓고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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