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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입다물라 4] 용산을 둘러싼 말 같지 않은 말
번호 29 분류   조회/추천 2090  /  352
글쓴이 대책위    
작성일 2009년 10월 07일 15시 46분 37초

용산을 둘러싼 말 같지 않은 말

김연정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시작은 권순택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말이었다. 용산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그의 글을 읽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나 일부세력은 ~ 좌파 철거민들의 극렬투쟁에서 비롯된 사건의 현장을 ‘성지’처럼 지키며 사람을 끌어 모은다. 하지만 이런 불법 행위도 하지 않은 국민 6명이 북한의 물벼락에 희생된 임진강 참사 현장이나 빈소에는 관심도 없다. 정세균 대표는 ‘원인은 북한이라지만 우리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라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같은 국민이 죽었는데 이렇게 차별할 수 있는가.” ‘좌파’, ‘극렬투쟁’ 이런 말들은 백번 양보해 그렇다 치자. 상식적으로 여기에 어떻게 ‘차별’이란 말이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보수언론의 창의적 발상에 어이를 상실한 나는 슬슬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한나라당 의원의 말은 얼마나 ‘공평’했는지 한번 볼까? 이런 ‘극렬 좌파’적 생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용산 관련 말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장제원 의원 - “이번 사태는 주범인 전철연의 치밀한 폭력농성 수법으로 선동된 잔인한 참사였다.” “선량한 시민과 살인도 가능한 새총으로 무장된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 같지 않다.”

이은재 의원 - “용산 도심 테러”

 

여기까지 읽을 때만 해도 이걸 어떻게 비웃어 줄까 머리를 굴렸더랬다. 하지만 놈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공성진 의원 - “반정부 세력이 이 사건을 춘투와 촛불시위의 재판으로 만들어 체제 전복을 꾀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숨어있다.” “진상규명 전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 사퇴 요구는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

신지호 의원 - “(용산 참사가) 고의적 방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안경률 의원 - “옛날 독재정권 시대 같으면 군까지도 투입하지 않았느냐. 거의 테러 수준인 시위현장을 보고 경찰이 특공대 투입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상황이었다.”

이인기 의원 - “‘다 함께 죽자’는 알카에다식 자살폭탄테러와 다를 것이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개념 공격으로 신음할 무렵 낯익은 이름 하나가 화룡점정을 찍어주었으니 바로 이분이다.

 

지만원 군사평론가 - “시체 생산은 누군가의 작품일 것 ” “극렬 노동자들과 극렬 좌익들은 남을 희생시켜 목적을 달성한다. 대규모 폭력시위의 불씨는 바로 시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시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남들을 죽이고 자기는 살아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은 됐고 욕이 하늘로 승천할 듯한 기분으로 컴퓨터 앞에 앉으니 분노보다는 오히려 허탈감이 앞선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김민기의 ‘잃어버린 말’

말 같지 않은 말에 지친 내 귀가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정말이지 이 얼마나 귀를 지치게 하는 말 같지 않은 말인가. ‘그렇지 않아!’ 라고 반박할 기운조차 빼앗고 ‘말’ 자체에 회의를 품게 만드는 말들을 보며 마지막 힘을 모아 외친다.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하게 되기 전에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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