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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설이 와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철거민들 2010·02·10 10:32 아줌마
조회수 : 1825 2010.02.12 12:54
[현장] 설이 와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인천 도화동 철거민들

김인자(기자)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의 한 회원으로부터 돼지고기 먹으며 재정마련도 한다는 모임 연락이 와서 9일 오전 인천시 남구에 소재한 도화상공철거민세입자대책위(도화철대위)를 찾았다.

잔잔한 비가 내리는 날씨. 전철연 소속 도화철대위가 있는 농성장에는 낮 12시가 되자 차량벽처럼 10여대의 철거민 방송차량이 길게 서있고, 지역대책위 명칭이 등에 써진 검정색 조끼를 입은 연대철거민들이 삼삼오오 걸어오면 차량주차와 길 안내를 하는 지역철거민들이 반갑게 환영해준다.

편도 3차선 도로가 인접한 곳에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업종들. 건물자재, 고물가게 등이 있는 점포들이 있는 곳에 ‘선대책 후철거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과 동지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인도에 걸려있다. 상공과 생존권이란 용어에서 이들이 지키려 하는 것은 곧 일자리(점포,가내공장)임을 짐작케 한다. 아무런 대책없이 떠날 경우 이곳 영세상공인들의 일자리는 사라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분위기로 보아 이날은 지역철거민들에게 년중 가장 큰 행사인 듯 하다. 농성장에 들어서자 여느 지자체 축제처럼 천막 숯불에 돼지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피워 오르고 남성들이 바베큐통에 숯을 넣고 고기를 굽는 일을 하고 있다. 커다란 도마와 저울, 돼지고기를 주문한 지역ㆍ단체의 명칭과 중량을 종이에 써서 붙여놓은 검은 봉지들이 많이 쌓여있는 것이 생소한 풍경이다.

농성장 건물 안에는 많은 여성철거민 들이 도화철대위에서 준비한 식사를 맛있게 먹으면서 반가운 인사들을 나눈다. 용산4구역 상공철거민들도 와서 반갑게 인사하며 용산에서 장사하면서 곱창 볶던 노련한 솜씨로 고기를 구우며 술을 권한다. 오래된 철거민들은 익숙한 듯 ‘동트는 새벽에 가열~찬 투쟁정신! 원 샷!’ 낮 익은 권주 구호노래를 부른다.




바빠서 식사를 제대로 못한 한 중앙집행위원이 고추장과 무생채로 비빔밥을 비벼오자, 수차례 딸들과 같이 다녔던 기억이 있는 용산에서 용역에 의해 부상당한 고양시 덕이동의 한 여성철거민은 차에서 공부하고 있는 고3 딸아이를 불러 밥을 먹으라고 부른다. 오늘은 학교에서 4교시 마치고 돌아온 딸을 혼자 천막에 둘 수 없기 때문에 같이 다닌다고 한다.

이날 모임을 준비하기에 분주했던 도화철대위 회원들은 지난 3년간 투쟁해오면서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구성원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기자에게 토로했다. 이곳에서는 철거민 3명이 용산4구역 망루투쟁에 연대한 것과 관련하여 불구속 재판중이었다. 그리고 용산 망루에 갔다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미리 내려온 동지를 부득이 제명한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오늘 행사는 각 지역철거민들이 모이는 위원장단 회의에서 스스로 결정한 사항으로, 지역철거민들 사이의 연대정신을 높이고 설 재정마련 행사를 겸하게 된 것이라는 게 전철연 김소연 조직위원장의 설명이다.

도화동에서는 최근 감정평가를 받은 지역사람들이 인근 가정동과 비교했을때 터무니없이 적게 평가된 것에 불만이 많단다. 가정동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도화동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시행사로 되어 있는데, 시행사 간 감정기준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철거민은 볼멘소리를 했다.

적게는 1년부터 많게는 10년동안 주거권과 생존권 사수를 위해 그 힘든 투쟁을 마다치 않은 전철연 철거민들. 건설자본과 권력, 용역깡패를 상대로 한 그들의 처절한 싸움이 그칠 날은 언제쯤일까. 철거민들 사정은 철거민들이 가장 잘 안다. 해서 '연대'는 그들의 유일한 힘이다.

곧 설이지만 도화동철거민들은 고향에 못간다. 아니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지역을 지키는 일이 벼랑에 서 있는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한 유일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자본이 전횡하는 나라, 공동체가 무너진 사회, 오가는 무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은 그렇게 온기를 나누며 살고 있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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