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라
* 2009년 5월 2일 서울역에서 열린 촛불 1주년 범국민대회에서 직접 낭송함
그간 우리는
이 세상에 많은 것을 만들어왔다
너희의 집을 만들어주고
너희들의 더럽혀진 영혼을 버릴 하수구를 만들어주었고
학교와 공장과 교회와 의사당를 만들어주었다
너희는 우리가 만들어준 배관을 타고 앉아서야
먹고 싸고 따뜻할 수 있었다
너희는 우리가 연결해준 전선을 통해서야
말하고 듣고 소통할 수 있었다
우리는 너희를 위해 결코 무너지지 않을
세상의 모든 천장과 벽과
계단과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런 우리의 요구는 소박했다
가난하더라도
평범하게
안전하게
평화롭게만 살 수 있다면
여린 촛불을 들고 밤새 호소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너희는 그런 우리에게
모욕과 착취와 탄압만을 주었다
살려고 먹는 밥상 위에
죽음의 고기를 올리고
우리들의 이웃 870만명을 비정규 불법인생으로 내몰고
연약한 촛불들을 곤봉으로 짓이겼고
언론과 교육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철거민들을 죽였다
그래서 우리도 이젠 다르게 생각한다
전면전을 선포한
너희에게 맞서
우리가 그간 들어왔던
촛불과는 전혀 다른
횃불을 꿈꾼다
(환호성)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너희의 재생산에 봉사하는 일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
너희만의
비정상적인
비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의 주인으로
우리가 서는
새로운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다
(환호성)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너희의 하청이 아니라
우리가 너희의 원청이 되는 신호탄이다
(환호성)
우리의 노동에 빌붙어
과실만을 따먹는
인간기생충들을 박멸하는 들불이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이 촛불이 불화살이 되어
너희들의 썩고 굳은 머리를 깨부숴버릴 것이다
(환호성)
물러서라
물러서지 않으면
이 촛불이 들불이 되어
너희의 이름을 역사의 페이지에서
영원히 태워서 지워버리고 말 것이다
(환호성)
사죄하라
사죄하지 않으면
우리 가슴에 박힌
설움과 분노의 불길들이 모여
마침내 너희의 세상을 끝장내는
화염 용광로로 변하고 말 것이다
(환호성)
이 성스러운 촛불들의 투쟁앞에
돌이켜라 썩은 시대여
항복하라 쥐새끼야
(긴 환호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