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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용산-쌍차 DNA 채취 사건 헌재 공개변론을 앞두고

작성일
2013.07.11 17: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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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15&id=253

1. 오는 11일(목) 오후2시 헌법재판소에서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립니다. 성범죄자 재범 방지등의 목적으로 2010년 7월 시행된 이 법률이 용산 철거민과 쌍용 노동자에 대하여 디엔에이를 채취하는 근거로 사용되었고, 2011년 6월 16일 우리 단체들이 이 사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공개 변론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2. 우리 단체들은 공개 변론을 앞두고 아래와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이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동성명]
 
국가가 용산 철거민과 쌍용 노동자에 대하여 디엔에이(DNA)를 채취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이용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입니다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자 재범 방지등의 목적으로 2010년 7월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률은 구체적인 혐의를 가진 수사 대상자로부터 DNA시료를 채취하고 검증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DNA정보를 검색하여 수사에 활용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년을 비롯하여 이 법률에 따라 DNA 채취 대상이 된 자는, 향후 구체적인 혐의가 없어도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인망식 수사의 대상이 됩니다. 그뿐 아니라 DNA정보의 특성상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 전체가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 때문에 국가적인 DNA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이용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수년 간 계속되었으나,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등을 배경으로 졸속 입법되었습니다.
 
DNA 정보는 뛰어난 개인식별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이용한 수사 편의는 국가가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용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DNA의 식별능력을 이용한 수사 편의가 근대 헌법과 형사법 원리를 뛰어넘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인 경찰과 법무부는 DNA데이터베이스구축을 지문과 비교하였습니다. 이미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수사에 '합법적으로' 사용하여 왔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DNA 데이터베이스가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보완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DNA는 지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NA는 그 주체 자신 뿐 아니라 유전적 관련성(혈연관계)을 가진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고 나아가 인종적 프로파일링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분석과정에서 대상자의 성별, 다운증후군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는 등 오·남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주민등록법을 제정한 이후 17세 이상 전국민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경찰이 수사에 사용하여 왔고, 실종아동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등록된 영유아들의 지문까지도 경찰이 18세까지 관리하면서 '정당한 사유'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전국민 데이터베이스를 경찰이 구축하여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예에 속합니다. 이들 데이터베이스에 더하여 DNA 데이터베이스까지 서로 연동 내지 연계되면 수집목적을 벗어난 전 국가적 국민 감시망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인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차별과 배제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법률은 성범죄 뿐 아니라 11종에 달하는 방대한 범죄에 해당하기만 하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 뿐 아니라 구속 피의자와 소년범까지 모두 그 채취대상으로 삼아 매우 과잉합니다. 막연한 장래의 위험성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유전적 정보를 취득하여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별도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적법절차 원리에 위배됩니다.
 
특히 이 법률이 쌍용자동차 파업과 용산참사 투쟁에 결합하였던 노동자와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DNA 채취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노동자와 철거민을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법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앞으로 이 땅의 인권침해와 생존권 말살에 맞서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범죄자로 낙인찍혀 옥죄임을 당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사회모순에 저항하였다는 이유로 DNA를 채취당해 평생 국가의 감시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 철거민과 노동자들의 고통을 돌아보고 속히 이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려줄 것을 바랍니다. 더불어 이 법률에 의해 채취된 DNA정보는 철거민, 노동자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족쇄가 되지 않도록 즉각 폐기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2013년 7월 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