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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기사] 경찰특공대와 대테러활동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번호 17 분류   조회/추천 1905  /  294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09월 30일 13시 23분 16초

[특집] 경찰특공대와 대테러활동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유성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경찰특공대가 왠 생존권 투쟁에?

 

지난 1월 용산 살인 진압 사건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중 하나는, 경찰특공대가 철거민의 생존권 투쟁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었다. 사람들이 TV 영화나 대중매체를 통해 경찰특공대에 대해 갖게 된 이미지는, 무고한 생명을 인질로 잡는 과격 테러리스트들을 고도로 훈련된 기술과 첨단 장비를 사용하여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며. 그러나 이 사건에선 경찰특공대가 벼랑 끝에 내몰린 철거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되었고, 그것도 어설프고 무모한 작전을 강행한 끝에 여섯 명이나 죽게 만든 것이다. 사람들이 경찰특공대에 대해 가졌던 일반적 이미지와는 달랐던 것이다.

 

 

경찰특공대의 화려한 전력

 

하지만 철거 투쟁 진압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다는 건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경찰특공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테러리스트와는 무관한 사람들을 진압하는 데 투입되어 왔기 때문이다. 1996년 연세대 한총련 815행사 강제 진압 사건을 시작으로, 2000년 롯데호텔 노조 파업, 2005년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고공 농성, 같은 해 오산 수청동의 철거 투쟁, 2007년 이랜드 점거 파업, 가까이는 2008년 촛불 시위에서도 경찰특공대는 강제 진압 작전을 펼쳐왔다.

 

이렇게 경찰은 특공대를 주로 노동자들과 철거민들의 파업 및 농성을 제압하는 작전에 투입해왔다. 이는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든 민주정부 하에서든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경찰특공대의 주적은, 해고 위협에 시달리다 점거 파업에 내몰리거나 재개발과 철거에 쫓기듯 망루에 올라간 이들이었던 것이다. 경찰특공대가 TV나 영화에 나올 법한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진압 작전을 펼친 사례는 없다.

 

 

그들이 말하는 ‘테러리스트’는 누구인가

 

그럼 경찰특공대는 원래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인데, 이명박과 김석기가 엉뚱한 사람들을 진압하는데 동원한 것이 문제일까. 경찰특공대 투입 요건이 적법하지 않았을 뿐, 경찰특공대의 존재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답하려면 먼저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럼 과연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TV 영화에 나오는 나쁜 놈들?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은 그렇다. 그러나 권력을 쥔 자들은 바로 다름 아닌 철거민들, 노동자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말한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나 검찰, 경찰은 용산에서 사망한 철거민들이 도심테러를 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쌍용자동차 점거 파업 당시 노동자들이 사제 대포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증거를 조작하여 언론에 발표하고, 체포된 노동자들에겐 그렇게 진술하면 감형해주겠다며 거짓말을 강요했다. 생존권 투쟁을 한 이들에게 과격 테러분자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이 TV에 나오는 허구적인 ‘테러리스트’ 이미지를 쫓아 헤매는 동안, 현실에선 저항하는 약자들이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있다. 힘없는 사람들, 사회적 계급이 낮은 이들, 그러나 고분고분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테러리스트’인 것이다.

 

 

소위 경찰특공대는, 경찰의 ‘대테러활동’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그럼 그들은 왜 사회적 약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가. 그들 입장에선 그래야 저항하는 약자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 과격분자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생존권 투쟁의 정당성을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또한, 국가 권력이 시민들을 상대로 더욱 강력한 무기와 물리력을 사용할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이기도하다. 경찰은 곤봉과 방패, 물대포로도 모자라 테이져건과 고무총, 시위 진압용 ‘트랜스포머’ 차벽 차량을 쓰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에 투입된 경찰특공대는 테이저건을 사람 얼굴에 쏘고, 대테러무기로 분류된 다목적 발사기를 사용했다. 더구나 저항하지 않는 노동자들까지도 백주대낮에 무자비하게 짓이겼다. 이렇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곳에서 경찰이 마음껏 폭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경찰과 불공정한 언론에 의해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과격분자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별다른 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대단한 지위나 돈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해고의 위협이나 생존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할 때, 어쩔 수 없이 거대한 국가 권력에 맞설 수 밖에 없던 이들이다. 결국 ‘대테러활동’이라는 허구적인 목표 하에 강화된 경찰의 물리력은, 이렇게 나와 내 옆에 있는 평범한 이들의 목숨줄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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