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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산과 나의 집3] 실종된 주거권을 찾습니다
번호 18 분류   조회/추천 1822  /  325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09월 30일 13시 26분 25초

[용산과 나의 집3] 실종된 주거권을 찾습니다

 

유나(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디쟈인 도시의 끊임없는 망치질 소리

 

‘디쟈~인 도시’를 위해 도심 곳곳에서 망치질 소리가 끊이질 않는 도시, 서울. 디쟈~인 도시를 위해 용산구도 팔을 걷어 붙였다. 용역 회사도 고용하고, 시공회사와도 ‘이러쿵 저러쿵’계약을 맺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떼잡이들’이었다. 선거철에는 존경하는 용산구민, 사랑하는 서울시민이었던 이들이지만, 디자인 도시라는 거사를 앞둔 상황에서 이들은 한낱 ‘떼잡이’에 불과하다.

벌써 8개월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지난 겨울 날, 용산 남일당에 사람들이 모였다.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 때문이다. 갈 곳이 없는 억울한 마음이 사람들을 그곳으로 모았다. 가게에서 하루하루 장사하며 살아가는 삶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 가게에서 나가라니! 내가 손수 고른 식당의 의자와 테이블이 아직도 쌩쌩한데..! 돈 몇 푼을 쥐어주며, 내 집에서, 내 가게에서, ‘내 삶’에서 지금 당장 나가란 말인가!

 

집은 사람 살라고 짓는 것이다

 

대학교란 걸 다녀보겠다고, 서울에 상경한지 5년. 그간 이사도 여러 번 다녔다. 작은 책상 하나가 살림의 전부였던 하숙방에서 시작하여 월세방, 전세방까지 나처럼 방 한 칸 얻어 생활하는 대학생들이 거치는 과정은 두루 거쳐 왔다.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전세방을 얻었지만 이마저도 2년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3월에는 집주인의 소원처럼 월세방으로 전환될 것이고, 서울살이 6년 만에 다섯 번째 방을 찾아 나서야할 판이다.

나는 그래도 사정이 좋은 편이다. 어떤 친구들은 밤낮없이 컴컴한 지하방에 살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한 명이 누우면 머리끝과 발끝이 닿을락 말랑 하는 고시원에 살기도 한다. 비닐하우스 촌에 사는 주민들은 전기·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곳 사람들은 우물을 파거나 인근의 전기를 끌어다 쓰며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 중에는 ‘기숙사’라 불리는 컨테이너 박스에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집이 없는 홈리스도 늘어가고 있다. 도시의 곳곳에서는 재개발과 그로 인한 강제철거로 철거민이 된 사람들이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쫓기고 있다.

아파트가 부동산 투기 상품 1호가 되어버린 나라에서 ‘집’은 돈의 상징, 재산일 뿐이다. 그런 곳에서 전세값은 폭등하고, 아파트값은 치솟는다. 우리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삶의 공간인 집, 내 집 마련의 꿈은 멀고도 멀어진다. 부자들은 ‘집’을 하나 더, 하나 더 사재기하며 재산목록을 늘려나간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주거불평등의 현주소다.

집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집은 사람 살라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주거권이다.

 

돈 노름판에 주거권을 잃어버리다

 

한국에는 주거권이 없다. 용산에도 주거권이 없었다. 사람 살자고 있는 집을 허물고, 먹고 살자고 장사하는 가게를 허물었다. 개발은 그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잘 살자고 다 같이 잘 살자고 할 때 개발이지, 몇 몇 부자들을 위한 개발이라면 그것은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개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노름을 하는 것일 뿐이다.

돈 노름을 하겠다고,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는 되려 함께 있던 주민들을 잡아갔다. 친절하던 동네 아저씨는 도심 테러범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용산으로!

 

주거권이 없는 사회에서, 돈 노름이 권장되는 사회에서는 누구든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없다. 왜냐하면, 다음번에는 내가 사는 동네가 돈 노름꾼들의 표적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이 발걸음을 용산으로 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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