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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산과 나의집 5]불안한 동거중:꿈을 꿔도 되나요?
번호 43 분류   조회/추천 1891  /  348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10월 14일 18시 43분 26초

불안한 동거중 : 꿈을 꿔도 되나요?

 

풀잎

 

 

나는 어쩌면 영영 일어나지 않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것, 천수를 누리고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 키가 딱 5cm만 더 자라는 것, 날렵한 턱선과 동그랗고 선한 눈매를 갖는 것, 그리고 이런저런 인테리어로 꾸미기 바쁜 나만의 집을 갖는 것.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진짜 현실에서 만나는 것이다.

앞으로 살 ‘나만의 집’의 구조를 그려보며 실없이 웃었다가 자연스레 돈계산이 +-되며 한숨도 새어나왔지만 분명 집을 생각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설레고 살포시 웃음이 나오는 상상들 인지에는 선뜻 답을 못하겠다.

세자매가 한방을 썼던 유년시절과 친구들 여관이나 다름없던 자취방, 결혼한 언니집을 전전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정붙이고 사는 지금의 집까지, 다양한 동거들을 거듭하면서 한 번도 나만의 집/공간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 없는 나는 자꾸 불안해진다.

 

중소도시에서 ‘특별’자를 달고 있지만 당최 왜 그런지 몰랐던 서울에 온지도 5년이 되어간다. 평소의 고민을 활동하며 풀어가고 나의 삶을, 끊임없이 경계했으면 좋을(!) 일상을 밥벌이로 하여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고, 평생을 함께한다면 맘도 맞고 뜻도 맞을 친구들도 만나서, 이제 정말 서울은 내가 사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그런데도 이제 제법 차가운 도시여자가 되어가는 나는 왜 이리도 불안하단 말인가.

 

올해 초 용산에서 개발과 터무니없는 보상을 문제 삼으며 망루에 올라갔던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경찰특공대의 무리한 진압작전으로 사망하는 끔찍한 참사가 있었다.

그 이후로 8개월이 지나도록 정부는 어떠한 사과도,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고 경비용역과 건설업체는 참사 전과 다름없이 용산4구역을 철거하고 있다.

소름이 끼친다.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얘기하는 것이 범죄가 되는 나라이다.

가난하고 약자인 사람들의 권리를 모른 체하고 제 몸을 살찌워 서울은 이리도 빛나고 아름다운지 모를 일이다.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갈아엎고, 쫓아내고, 뉴타운이니 국제업무구역이니, 도시환경정비사업이니 하는 점잖은 단어들을 보여주는 곳.

어마어마한 집들의 홍수가운데서도 내 집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불안한 것도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이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 되도록 빨리,

정부가 나서서 용산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사는 사람에 대한 목소리를 틀어막은 끔찍한 막개발이 횡행하는 재개발지역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집값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입 밖을 나와서는 흩어져 사라지겠지만 목소리를 내본다. 모두가 다 이 권리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보탠다면 언젠가는 이 목소리가 그저 꿈이 아니라 내가 사는 이곳에서 실현되는 때가 오겠지.

‘주거권을 보장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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