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민법정 타이틀
제목 [요모조모 따져보기 5-2]강제퇴거죄를 묻는다
번호 46 분류   조회/추천 2272  /  423
글쓴이 준비위    
작성일 2009년 10월 14일 20시 42분 10초
[요모조모 따져보기] 강제퇴거죄를 묻는다.
 
최은아(용산국민법정 준비위원)
 
얼마 전 용산4구역의 개발 관련 자료를 열람하기 위해 용산구청 공무원과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담당 공무원은 ‘용산4구역에서 강제퇴거란 있을 수 없으며, 대개 세입자들은 협의와 명도소송에 따라 이주했을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의 눈과 귀로는 세입자의 고통을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세입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부당국자들의 태만과 안일함이 철거민 사망 사건의 중요한 원인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정부가 주거권에 관해 거의 아무런 생각이 없다보니 주거권에 관해 정부의 책임을 묻거나, 세입자들이 개발과정에서 어떤 인권침해를 겪었는지를 얘기하기란 소 귀에 경 읽기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개발과정에서 세입자들은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인권의 이름으로 차근차근 짚어보자. 또한 이 과정에서 정부는 주거권 보장을 위해 어떤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는지 살펴보자.
 
세입자들에게 점유의 안정성은 없다
용산4구역 세입자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이상 용산4구역에 거주하거나 영업을 하고 있었다. 세입자들은 2007년경 용산4구역이 곧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알게 됐는데 이때는 이미 용산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결성되고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난 상태였다. 2008년 5월 30일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기 전부터 조합-용역업체-시공사는 용산4구역 세입자들에게 이주를 강요했다. 용산4구역 세입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내쫓김을 경험했다. 세입자들은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집주인으로부터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요받기도 했고, 명도소송에 따라 살던 집과 일터가 파괴되기도 했다. 또한 세입자들은 재개발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실제로 언제쯤 이주해야할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세입자들은 수년에서 수십 년을 점유하고서도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퇴거를 강요당했다.
 
세입자들 폭행, 협박, 영업방해, 성희롱 시달려
한편, 2007년 10월 31일 용산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철거업체인 호람건설?현암건설산업은 ‘건축물 해체 및 잔재처리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하였고 철거공사금액 51억원, 공사기간은 2008년 5월 31일부터 10개월로 정하였다. 계약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등 시공사들은 ’공사감독관‘으로 철거용역업체의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고, 철거용역 업체들은 약정기간 내에 철거를 끝내지 못하면 하루에 계약 금액의 1/1000(510만원)씩 조합에 지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명시되어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2008년경부터 용산4구역에 상주하면서 지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약정기간 내에 철거를 끝내기 위해 폭행과 협박, 영업방해, 성희롱 등을 일상적으로 자행하여 용산4구역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용산4구역 세입자들은 이들의 계속된 집단 괴롭힘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었다. 세입자들에 대한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세입자와 철거용역업체 양자 간의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그 뒷면에는 철거 용역업체들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시공사가 있다. 계약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발 이익을 둘러싸고 구성된 재개발조합-철거 용역업체-시공사의 ‘삼각동맹’이 폭력을 동반한 퇴거 방식을 묵인하고 조장하면서, 세입자들의 이주를 강제하고 있었다.
세입자들은 수개월에 걸친 용역업체 직원들의 행위를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경찰은 늑장을 부리거나 출동하고서도 용역업체 직원들을 제지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돌아서 다니라”고 말하거나 용역업체 직원의 폭행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세입자들의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이 지속되는 반면 사법 절차를 통한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공포는 커져 이대로 쫓겨나겠구나 하는 절망감이 커지게 되었다.
 
세입자 이주대책, 충분치 않아
세입자들이 강제로 퇴거당하거나 퇴거 협박을 받으면서도 자발적으로 이주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용산4구역이 세입자들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터전이었기 때문이며 현재 세입자들에게 제공되는 세입자대책이나 보상으로는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조건의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주거세입자들에게 보장된 임대주택 입주권,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의 내용을 속여, ‘임대주택은 안 나온다’, ‘임대주택 들어가면 주거이전비 못 받는다’, ‘이사비는 없다’는 등의 거짓 정보를 세입자들에게 전달했고 세입자들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침해당한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당했다.
한편, 현행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은 상가세입자들에게 3개월분의 영업손실보상금만을 대책으로 보장하고 있다. 상가세입자들에게는 점유하고 있던 공간이 생계의 근거이며 상업의 특성상 한 군데 오랫동안 자리 잡는 것이 수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개발사업 등의 이유로 이주해야 하거나 오랜 기간 장사를 못하게 되는 경우 생계 및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나 현행 개발 및 보상 관련 법?제도는 상가세입자들이 생계 및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전혀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용산4구역에서 강제퇴거의 관행이 발생한 것은,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시공사-조합-용산구청-정부의 의도와 강제퇴거로부터 주민을 보호할 입법/ 사법/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의 부작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첫째, 세입자 대책이 충분한 재정착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지 않았고 둘째, 강제퇴거 과정에서 주민이 보호받거나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와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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