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이광휘 신부님)

찬미예수님!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생명의 빵이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있는데...“처음처럼”입니다.
처음처럼 술을 즐겨 먹기도 하지만...
처음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자주 생각하고 마시고 있습니다.
사제로 서품된 후 받은 선물 중에 액자 하나가 있습니다.
수로 글을 쓴 액자인데...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제여, 오늘 봉헌하는 이 미사를 처음의 미사로,
너의 마지막 미사로 여기며 봉헌하라” 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가끔 기억하는데...
기억할 때마다 미사 봉헌에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리는 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빵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이 용산 참사 현장에서 봉헌되는 미사와 성체가
부디 유가족 분들과 지역 주민 분들에게 생명을 가져다 드리길
희망을 가져다 드리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도 100일이 지났습니다.
100일을 기념하며 우리가 기억했으면 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첫마음”입니다.
이 첫마음을 재개발 조합,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관들
정의를 부르짖는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합니다.
재개발 조합을 출범시킬 때,
건설업자의 배를 채우고, 소수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결성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풍요로움을 위한 선한 의지였던 첫마음을...
경찰이 되어 출사표를 던질 때,
권력의 시녀가 되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억누르고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며
가난하고 억압된 민중의 지팡이가 되고자 했던 첫마음을...
그리고 용산 참사의 억울함을 바라보며
정의와 평화, 생명,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우리들안에
시간이 흐르며 불신과 미움, 이기심과 욕심...
포기와 좌절, 나태함이 자라나고 있다면
그 순수했던 첫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야 하겠습니다.
첫마음...박노해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저마다 지닌
상처 깊은 곳에
맑은 빛이 숨어 있다
첫마음을 잃지 말자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첫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