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이상윤 신부님)

아직 지지 않으셨죠~? (네~)
감사합니다. 제 부탁을 너무도 잘 들어주셔서 오늘 제가 벅찬 마음으로 이곳까지 달려왔습니다. 오늘 좀 마음이 아픈 일이 많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함께 하시는 분들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혹시 그 일 때문에 위축되거나 다들 힘들지 않으셨습니까?"
그랬더니 이런 얘기를 해주시더라구요.
"걱정하지 말고 오십시오. 더 힘내고 분위기 좋게 하루를 잘 마감하실 수 있을거게요."라고 저에게 용기를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 왔습니다.
오늘은 전설이야기를 해드릴께요.
은혜갚은 새 이야기 아세요?
절에 매달린 종을 머리로 쳐서 선비가 구렁이에게 벗어났다는 그런 전설이 있죠.
그 새가 어떤 새일까요?
이 전설은 치악산에서 내려오는 전설이래요. 치악산에 올라가보니까 치악산 유래비라는 비석이 서 있었습니다. 근데 그 치악산의 ‘치’자가 꿩 치(雉)자 랍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은혜갚은 꿩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선비가 커다란 과거를 보러 산을 넘어가고 있었는데,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지어 놓은 둥지에 있는 작은 꿩 새끼들을 잡아먹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안타깝게 바라본 그 선비가 그 구렁이를 죽였습니다.
그 선비가 이제 해가져서 길을 잃어 헤매다가 멀리 불빛을 보고 갔더니, 어떤 예쁜 과부가 단정히 그 집에 앉아있었답니다. 그래서 겨우 하룻밤 묵어가게 됐는데, 잡을 자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서 왜 그런가 봤는데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자기 몸을 칭칭감고 있었답니다. 바로 낮에 죽인 구렁이의 아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선비가 죽기가 너무 억울해서 어떡하면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산꼭대기 위에 절이 하나 있는데 그 절에 있는 종을 세 번 울리면 내가 너를 살려주겠다고 했답니다. 깊은 산중에 스님이 깨어있는지 자는지도 모르는 산꼭대기 절에 그 선비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릴리 없었겠지요.
그 때 바로 종이 울렸습니다. “뎅, 뎅, 뎅.” 그러더니 구렁이는 사라지고 선비는 겨우 목숨을 구했습니다. 새벽이 되어서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과연 누가 내 마음을 알고 종을 쳐주었을까 하고 산 위로 뛰어 올라가 보니, 허름한 암자에 종이 하나 매달려 있었는데 꿩이 죽어있었습니다. 자기 자식을 살려준 은혜를 갚으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 종을 들이받아서 선비를 구해주었던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치악산의 상원사라는 절의 대웅전 옆에 치악산 유래비라는 비석에 써져 있는 글입니다.
제가 여기를 달려오는 길에 그 생각을 했습니다.
꿩이 얼마나 가슴깊이 은혜를 갚았으면 이 산 이름이 치악산이 되었을까? 왜 치악산이 되었을까? 따라서, 선비의 사랑하는 마음과 그 꿩이 선비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 바로 치악산이라는 명산의 이름을 만들어 냈겠지요.
저는 이곳 용산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방해한다고 해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가슴을 옥죄인 이 무서운 정권에 대해서 그 옥죄인 가슴을 풀어줄 수 있는 희망으로 그리고 그 옥죄인 가슴이 풀려나서 이제 자유롭고 탁트인 공기를 마시게 됐다는 전설로서 이 용산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분명히 그렇게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까 연도할 떄 그런 구절이 있었지요.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기보다 이스라엘이 주님을 더 기다리나이다."
아마도 고통과 아픔속에서 타 민족의 억압 속애서 구세주를 기다리는 그 백성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구세주가 오심으로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렇듯이 악한사람들이 우리가 모두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 보다 우리의 마음이 이곳에서 사람답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더 가슴아프고 힘들고 절규하면서 여기가 사람이 살아야 할 땅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우리의 바램은 반드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제 용산은 단순히 용산이라는 이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때는 일본인이 한 때는 미국인이 그리고 이제는 한국 정부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압하고 슬프게하고 아프게하는 이 용산은 분명히 억압받고 가난한 이들의 성지로 그리고 그 해방을 선포했던 아름다운 땅으로 남아있게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지지 마십시오. 그 날은 반드시 올겁니다.
꿩의 전설이 치악산에 있던 것 처럼 바로 이 자리에 있었던 그 아픈 상처가 이제는 우리의 가슴을 풀어주는 전설로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특히 우리 유가족분들 그리고 그 전설을 만들기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불사하신 용산참사에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마음이 반드시 이 자리에서 실현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여러분은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고 지지 마십시오.
아마 그 사실은요, 우리만 알고 있지 않을 겁니다. 얼마나 우리가 두려우면, 그렇게 될것이 얼마나 무서우면 점점 더 좋은 장비로 우리를 둘러싸고 이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전전긍긍하고 있겠습니까? 그것만 보더라도 이미 다 알고 있고 이루어질 사실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아마 용산에 계신 시민들도 여러분에게 감사할 것입니다. 제가 오다보니까요 횡단보도 외에는 다 차들이 서있더라구요. 아마 용산역에는 불법횡단은 없을 겁니다. 이미 좋아졌어요. 여러분들이 이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그리고 경찰들이 이렇게 많은데 신호위반 절대 못할 겁니다. 과속도 못하겠죠? 길거리 지나가다 싸우기도 힘들겁니다. 이미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기가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경찰차의 삐 소리~)
이젠 저도 무서운가 봐요 하하. 여러분들도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무서운 사람이 큰소리 치게 되어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아픔이 있어도, 여러분이 지나신 이 길이 많은분들이 펴내신 이 싸움이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 때까지 절대 지치지마십시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와 계신 모든 분들의 마음이 그 때 까지 절대 꺼지지 않기를 저희 신부님들과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때론 용기가 부족해서, 때론 두려워서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여러분과 함께있습니다. 그리고 철창이 쳐진 차량뒤에서 다 폐허로 무너진 건물 안에서 시시콜콜 여러분을 지켜보면서 무슨일이 있을까 조리는 마음으로 서있는 이 사람들도 아마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이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끝을 볼 때까지 우리가 승리했다고 이 자리에서 춤을추고 노래를 부르고 다시 사람이 모여서 활기있는 사람이 살수 있는 경제적인 논리나 다른 이유나 다른판단과 상관없이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이 살아 있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치악산보다 더 유명한 용산 열사의 땅이 되기를 여러분 모두 함께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절대로 지지 마십시오!
(진달래님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