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문정현 신부님)

오늘로 115일을 보내고 있는, 장례치고는 너무도 긴 장례기간입니다.
장례가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해야 할, 우리의 몫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진실의 증인 또한 되어야 합니다.
부활의 증인이 되는 것과 진실의 증인이 되는 것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같은 뜻입니다.
진실의 증인...
이 정권이 진실을 감추고 왜곡함으로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까....?
이곳을 극성스레 채증하던 경찰들은
그 채증사진으로 순식간에 찍힌 사람들의 신분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환장을 하고 찍어낸 것인줄을 이제 알았습니다.
모두 진실을 감추기 위한 안간힘입니다.
여기 유가족 한 분은 연거푸 기절을 하셨습니다.
검찰청 앞에서 3,000쪽의 수사 서류 은폐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중
경찰관이 담당 변호사를 연행해 가는 것을 보고 기절하셨고,
기진맥진 상태에서 이곳으로 오셔서 해를 가릴 파라솔을 치는데
떼로 몰려들어 막는 경찰과 전경들 때문에 또 기절을 하셨습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115 일이나 당하고 삽니다.
우리는 왜 이곳에 옵니까....?
예수님의 행적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함입니다.
병자와 가난한 자, 마귀들린 자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시고 치유하신는 예수님,
예수살렘, 그 변두리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찾아 만나러 다니신 분...
우리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거처도 없이 살다 돌아가셨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수님은 무척 예민하신 분이십니다.
불쌍한 것도, 가난한 것도, 아픈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분,
상대에 대한 관심은 동정심을 일으켰고, 그래서 무언가를 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셨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시작입니다.
용산참사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없으면 정상이 아닙니다.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은 측은지심을 가져야 하며 그것이 착한 행실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마음으로 이곳에 옵니다.
이곳에 그림을 그려 걸어주시는 분들,
'레아' 박물관에 예술품을 만들어 전시해 주시는 분들.
이곳에 와서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시는 분들...
그 모든 분들의 마음이 바로 '측은지심'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몫을 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거나, 가진 힘이 없다거나...
그런 생각은 곧 '마음'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이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마음이 있으면 할 일이 보입니다.
다른 것은 모두 핑계입니다.
우리의 이 마음은 제아무리 무서운 공권력으로도 깰 수 없습니다.
나도 나의 몸과 마음을 주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내어 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곳에 사람을 더 많이 초대하는 것,
그렇게 더 많이 참여케 하며 연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여러분들도 가능합니다.
이곳에 마음을 두면 가능합니다.
수녀원에 가서 미사를 봉헌하는데 용산참사 얘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수녀님들도 모두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이 순간, 수녀님들도 참여한 것입니다.
심정적으로 동참하였으며 마음이 움직인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삶을 전파해야 합니다.
경찰들과 MB를 아무리 욕해도 소용없습니다.
우리가 몸가짐과 생각을 바로 해야 합니다.
측은지심을 잊지 맙시다.
이곳에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각자 노력해 주십시오.
(진달래님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