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이 어디 애 이름인가요
멀쩡한 생목숨 다섯이나
국가폭력에 죽임당해 냉동고에 갇혀있는
2009년 6월 18일
대-한-민-국의 생게망게한 얘기지요
추모제는 안 되고 추모문화제는 된답니다
해서 '용산참사 150일 추모문화제'라고 쓰고
시민 노동자 대학생 종교인 여럿이 모였지요
모처럼 사제단이 미사를 양보하셨습니다
꿋꿋이 단식 4일째를 이어 나가시네요
행사전 현수막 뺏겠다고 경찰이 악을 씁니다
개그같은 경찰의 몸싸움에서 겨우 사수(死守)했군요
웬일입니까
야4당 국회의원들이 여럿 오셨어요
민주당 김 의원이 총리실 방문 얘기를 전합니다
총리도 아니고 그 수하에게
사과와 진상규명 등 7개 요구사항을 말했답니다
사과도 대통령이 아니라
서울시장 정도가 좋겠다고 했다네요
용산재개발 주무관청이 서울시니까 그렇데요
그런가요?
그럼 그동안 민중들이 한결같이 외쳤던
'명박퇴진 독재타도'는 대체 뭐였죠?
그래요 협상이죠 '협상'은 원래 그런 거지요
촛불켜는교회 방인성 목사가 분노합니다
공권력으로 철거민들 죽여놓고서
수사기록 3천쪽 공개 요구한 유가족을 연행하면서
오바마 만나 그 가는 눈으로 웃고 있는 MB를
도저히 봐줄 수 없답니다
MB 장로를 염두에 둔 듯 교회도 나무라네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고통 당하는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인 바로 이곳이라고요
의원들에게는 왜 이제야 나타났냐면서 섭해 합니다
현장학습 효과도 미안함도 잘 아시면서 그러시는군요
해방학생투위 율동패 한 여대생이 발언하네요
"형식적인 사과와 진상규명을 넘어
민중이 억압받는 세상 그 구조를 바꿉시다"
그렇죠 하루빨리 용산 열사들의 장례도 치러야 하지만
이 세상 도처에 존재하는 수많은 용산에 눈 감으면 안 되죠
참가자들 눈에는 율동패의 씩씩한 몸짓에 가리어져
혹시 놓쳤을지도 모를 지나가는 짧은 말이었지만
이날 행사 발언 중 단연 압권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섯 분 용산 열사와 박종태 열사와
이땅의 모든 열사들을 계승하자는
해서 살인적 자본주의에 맞서 해방을 쟁취하자는
모처럼의 돈오돈수(頓悟頓修)였으니 말입니다.
저멀리 바벨탑 세 동이 잔뜩 겁먹은 거 보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