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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책위상황실
제목

(추모시) 너희를 죽이고 가마

작성일
2009.02.06 08:08:01
IP
조회수
3,567
추천
1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330
너희를 죽이고 가마
- 용산참사 열사들을 생각하며

송경동


나는 네 번 죽었다
첫 죽음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
가난하고 평범한 이로 태어났다는 죄였다
차별과 기회의 불균등 속에서
어린 동심을 죽이고 소년소녀의 꿈을 죽이고
청년의 가슴을 죽였다

살아야겠기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이상과 이성과 용기와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내 스스로 죽여야 했다

두 번째 죽음은 철거였다
당신은 이 세상에 세들어 사는 하찮은 이였다는 통보
너는 이 세계에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이방인이라는 딱지
하늘과 땅 사이 어디에도 깃들 곳 없는 부평초 인생이라는 낙인
쓰라린 가슴이 동굴 속처럼 텅비었다

세 번째 죽음은 화형이었다
뿌리 뽑힌 주소지를 들고
살기 위해 망루를 오르자
너희들은 세도 권리금도 필요치 않은
저 높은 저 하늘나라로 가서 살아라고
이 땅에서 얻은 단 하나의 몸마저 벗고
훨훨 날아가 버리라고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4층 망루에 가둬두고
아래에서 불길을 지폈다

이렇게 세 번 죽임을 당하고도
나는 아직 죽지 못하고
네 번째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를 곳이라곤 저 하늘 밖에 없었던
내 인생이, 내 가족들이, 내 이웃들이, 내 동료들이
폭력집단이라 한다, 브로커라 한다
분명히 나는 죽었는데 죽인 이는 없다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던 저 해방의 나라
저 평등의 나라, 저 사랑의 나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 투쟁 중이다
죽은 자에게까지도 투쟁을 요구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이 야만의 세계
이 예의없는 세상을 철거하기 위해
철거당해야 할 것은
벌거벗은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뜨거운 3자 연대가 아니라
너희들의 부정한 착취와 독점과 공권력이라고

오, 산자들이여
나는 죽어서도 투쟁한다
죽어서도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죽을 수도 없는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덧글 목록

노숙자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02.06 16:07

분노가 깊으면 자신을 태우는 법이여....
다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면 천국은 바로 그대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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