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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8월 10일 미사

작성일
2009.08.12 1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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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소식

2009년 8월 10일 |기도회 57일째 | 참사 203일째

 

8월 10일 생명평화미사는 광주교구 신부님들과 신자분들이 많이 참석한 가운데 봉헌되었습니다. 

 

   강    론                                                                     광주교구 최종훈 토마스 신부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죽음’, ‘생명’, ‘목숨’이라는 단어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삶 안에서 죽음을 얼마나 생각해 보셨습니까? 여러분들 중에 죽음을 원하시는 분이 계십니까? 저 또한 죽음을 꺼려합니다. 죽음을 생각만 하면 저 또한 두렵습니다. 죽는 것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꺼려할까요? 무엇 때문에 죽음을 내 삶 속에서 생각하기도 싫어할까요? 아마도 죽음은 우리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꿈과 희망, 소망을 잃게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지고 그들과 함께 누렸던 행복을 잃게 합니다. 나의 사랑도, 평생 동안 쌓아온 나의 재산, 나의 명예, 나의 힘, 그리고 나의 사람들도 잃게 만들어 버립니다.

우리에게 무엇을 ‘잃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우리는 우리의 온 힘을 다해서 평생을 애쓰면서 살아옵니다. 또한 그러한 방법들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배워나갑니다. 다시 말해 우리들은 내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을 배우고 익히면서 살아왔고, 살아갑니다. 남을 죽이면서 살아온 것입니다.

 

아이였을 때에는 내가 더 많이 먹기 위해서 부모님의 것들을 빼앗습니다. 내가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 동생이나 다른 아이들을 밀쳐냅니다. 학교에서는 나의 꿈과 나의 미래를 위해서 친구들을 짓밟고 일어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짓밟히고 사회에서 도태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가서는 내 출세를 위해서 내 부와 명예를 위해서 다른 이들보다 한발 더 먼저 뛰어나가야 합니다. 타인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힘과 노력을 빨아 먹어야 합니다. 그들의 것을 최대한 많이 빼앗지 않으면 난 모든 것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어버립니다. 부모님들은 내 아이들, 내 가족들만을 위해서 남을 속이고 기만합니다.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을 찾다가 남이 무엇을 먹든, 어떻게 살든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하면서 살아갑니다. 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있게 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을 헐뜯기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합니다.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꿈을 빼앗아 버립니다. 그래서 내 말과 행동 안에서 남을 죽이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사소한 것들로 타인들의 것들을 빼앗고 죽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어마어마한 것을 빼앗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 한 명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국민을 상대로,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것을 지키고 쌓기 위해서 빼앗는 사람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인권을, 인간의 자유를 힘과 공권력으로 빼앗아 버립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빼앗아서 사람들을 기만하고 속이면서 자신은 빼앗는 것 없다고, 더 많은 것을 나누어준다고, 내가 헌신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용산에서 5명의 생명도 빼앗아 갔습니다. 그 사람들의 목숨 뿐 아니라, 그 사람들이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던 가족들의 삶들과 희망과 행복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것들을 사람들에게 빼앗아 갔는지를 반성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살인자요, 우리에게서 최소한의 것들만이라도 돌려주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도리어 범법자로 살인자로 몰아가고 있는 그 사람을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회개를 말하기도 지칩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말합니다. 회개하라고...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우리의 삶과는 반대되는 말씀을 하십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살리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죽이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라고 말씀 합니다. 예수님께서 내 자신을 죽이는 삶, 그 삶은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아서 남을 죽이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내 것을 나누어 주고 헌신하면서, 내 시간과 열정을 봉헌하면서 살아가는, 나누는 삶을, 그래서 내가 스스로 가진 것을 타인들에게 빼앗기는 삶을 살아가라고 얘기하고 계시는 겁니다.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첫째로 우리들은 알아야 합니다. 내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내가 타인들의 것을 빼앗으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내 스스로가 알아야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그 빼앗는 부분들을 조금씩 줄여나가야 합니다. 내 중심으로, 내 가족만을 위해서 쌓고 얻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내 것을 나누려는 삶을 내 안에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둘째로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배우고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면서 사셨던 예수님의 삶과 사랑을, 그 분의 열정과 희생을 기억하고 배워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누구와 함께 지내셨는지, 그들과 어떻게 지내셨는지, 불의를 보고 정의를 위해서 어떻게 하셨는지, 왜 두려워하는 십자가 앞에서도 당당해 하셨는지, 우리는 매일의 미사전례와 십자가를 보고 기억하고 배워서 살아야 합니다. 아파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배고픈 사람들, 죄인들, 그들은 예수님의 친구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아파하셨고 함께 지내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기꺼이 죽으셨습니다. 그 삶을 기억하고 배워서 살아가야합니다.

 

빈소 앞의 천막에 앉아 있다 보면 버스정류장에 오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남일당과 빈소를 바라보는 그들은 시선은 조금은 냉소적입니다. ‘어! 저 사람들 뭐하는 거야? 저기서 사람들이 죽었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그런 눈빛, 신기한 듯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의 몸도 움츠려 듭니다. 그러한 눈빛은 여기에서 고통 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눈빛입니다. 유가족들을,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을,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의 희망과 용기를 빼앗는 눈빛입니다. 우리들은 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의 아픔, 그들의 실망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도하고 옆에서 같이 있어주어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의 십자가와 미사를 통해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듯이, 또한 그 기억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하듯이, 용산과 남일당 위의 망루를 기억하면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님처럼 살고픈 우리들의 열망입니다.

 

또한 예수님처럼 욕도 해야 합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보고서 ‘이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소리치고 욕하셨던 예수님처럼 불의를 보고서, 살인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당신은 살인자요,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당신은 잘못됐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어야 합니다. 불의 앞에 살인 앞에 뒤로 물러서서 내 안위만을 걱정하는 비겁함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우리들이 살인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 안에서 예수님의 삶을 기억하고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것을 나 때문에, 나를 위해서 빼앗고 죽이는 삶이 아닌 그들에게 내 사랑과 열정과 희망과 힘을 나누어주고 헌신하는 나를 죽이는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아멘.....

 

 

공동집전 신부님

■ 광주교구
-  안호석, 박철수(주례), 이영선, 김정용, 김창근, 오재선, 이요한, 문현철, 박대남, 이건,

    최종훈(강론), 오경섭, 진우섭, 고근석, 정성종  

■ 서울교구

-  나승구, 이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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