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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기나긴 투쟁도 승리할 것입니다-8월24일 미사

작성일
2009.08.25 18: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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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소식

2009년 8월 24일 |기도회 71일째 | 참사 217일째

 

몇번째 생명평화미사에 오지만 서글픈 마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나 싶습니다.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유가족에게 하느님의 의로와 축복을 기원하며 8월 24일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유가족 김영덕님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보면서 참 부러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남편들은 7개월째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편안한 곳으로 가시는 것을 보면서 마음 아프고 슬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지막 일기장에 용산참사를 '참 야만적 처사'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들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를 보셨다면 어떤 것을 깨달았는지 궁금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셨다면 그 의미를 깨닫고 하루빨리 용산참사를 해결해 줬으면 합니다.

남편을 편안한 곳으로 하루빨리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진상규명이 밝혀지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구속자들의 석방을 위해  수사기록 3천쪽이 공개할 때 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빨리 용산참사를 해결하길 바라고 남편을 하루빨리 좋은 곳으로 편안한 곳으로 보내 주길 바랍니다." 

 

  이번주 목요일 생명평화미사는 없습니다.  

  매주 목요일은 개신교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공동집전 신부님

■ 광주교구
-  안호석(주례), 김태균, 오재선, 이건, 임호준(강론), 변찬석, 양인경

■ 서울교구

-  전종훈, 이강서, 나승구, 송영호 

■ 전주교구

-  문정현, 문규현, 원종훈, 소명섭, 이가진

■ 수원교구

-  강정근

■ 안동교구

-  김영식

■ 원주교구

-  안승길 

 

   강  론                              임호준 신부

 

제 개인적으로는 오래간만에 이곳에 왔습니다. 그동안 못 찾아뵈서 유족분들께 죄송합니다. 제 가족 중 하나가 갑자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는 바람에 중환자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장례를 치르느라고 그랬습니다.

장례를 치르면서 용산의 유가족 여러분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함께 슬퍼해주는 가운데 장례라도 치루고 있는데,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고 여전히 차가운 냉동고와 길바닥에 계시는 고인들과 유족들께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얼마나 야만적인 처사인지를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에게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무화과나무 아래라고 할 수 있는 용산의 이 천막 아래에서 우리는 시대의 징표를 읽으며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이라는 기도문에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의 이름 외에 딱 한 사람의 실명이 거론됩니다. 그 사람은 바로 예수님 당시 로마 총독이었던 ‘본시오 빌라도’입니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라는 부분에 나오는 이름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오랜 세월동안 사도신경이라는 신앙고백을 하며 ‘본시오 빌라도’라는 구체적 인물을 반복해서 기억합니다. 그럼으로서 그 사람은 예수님의 죽음이 역사의 시간 안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우리에게 증명해줍니다. 하지만 빌라도라는 이름은 역사의 증명이라는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있고 얼굴과 실체는 없는 우리 시대의 많은 거짓과 허망함을 또한 보게 해 줍니다.

 

복음에 보면 예수님의 사형선고 과정에서 서너 번 ‘그는 두려워’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두려움은 군중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직위가 위태로워질 것에 대한 두려움, 책임져야 하는 두려움, 자기 앞에 서 있는(결국 공적으로 자신이 죽여야 할) 예수라는 분에 대한 두려움들입니다. 이런 두려움 속에서 그는 결국 그 좋은 머리를 이리 저리 굴려보고 자신이 책임지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만, 결국은 무죄한 이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내어주고 맙니다. 그 다음 그 사람이 한 마지막 일은 물을 가져다가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라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빌라도는 사도신경이라는 기도문에 삼위일체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와 함께 이름이 거론되지만 참으로 ‘허무한 이름’으로, 이름은 있지만 얼굴과 실체가 없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보면서 우리는 그 분의 실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 속에 스며들어 있는 인권, 민주주의, 생명과 평화 그리고 정의라는 실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름은 있지만 얼굴과 실체가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얼굴과 실체를 우리는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들도 이름은 있지만 얼굴과 실체가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공공의 시녀로서의 본연의 얼굴과 실체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스물일곱 명의 검사와 백여 명의 검찰 수사관이 투입되었다는 검찰의 수사도, 수사기록 1만 장 중 3천장의 실체도 그들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드리는 다섯 분의 용사 참사 열사들은 그 이름과 함께 구체적인 얼굴과 실체가 있는 분들입니다. 이름뿐인 대통령과 검찰, 경찰들이 아무리 그분들의 이름들과 얼굴들과 실체들을 없애버리려 해도 엄연하게 존재합니다. 이름없는 것처럼 살아가지만, 그 이름과 실체가 분명한 이 땅의 수많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사도신경에서 예수님께서는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지만 무덤을 열고 “부활”하셨듯이, 우리들의 열사들도, 우리들의 기나긴 투쟁도, 수많은 민초들의 꿈도 승리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들이 용산 참사 천막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 보아라, 저 사람들이야말로 참으로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앞으로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이름과 얼굴과 실체들이 되살아나는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을 말입니다.

 

 

 

 

 

 

 

 

 

 

 

 

 

 

 

 

천막을 걷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