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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사람이기에 용산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작성일
2009.08.25 21: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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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사람이기에 용산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용산 4구역 철거민 서울시청 노숙농성장을 가다

 

 

 

8월 22일 용산4구역 철거민 노숙농성 46일째.

덕수궁길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시청 이전 청사) 들어가는 길에 두 분이 자리를 폈다.

안타깝게도 가로등 아래 누워 있다.

잠이 들었나...

발길을 돌리려는데 한 분이 일어난다.

다리가 아픈지 연신 어루만진다.

 

46일만의 통쾌한 승리

 

오늘만 세 번 싸웠단다.

그들을 내 쫒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본다는 것.

다른 곳으로 가라며 욕을 했단다.

순순히 물러설 그들이 아니지.

우리는 갈 곳이 없다.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본 참을 수 없었던 촛불시민들이 도와 줘서 통쾌하게 승리했단다.

그 동안의 설움을 한방에 날렸단다.

뺏어간 깔개자리까지 되돌려 주었다.

이런 것이 46일 노숙투쟁의 발전된 모습이다.

 

할머니는 연신 승리를 이야기 하신다.

촛불 시민이 청원경찰 5명과 붙었다.

청사 앞까지 밀고 갔고 다른 시민들이 힘을 보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기운 센 촛불시민을 사위로 삼고 싶단다.

 

가로등 아래 누워서 잠을 청하는 모습.

 

 

24시간 농성…밟으면 밟을수록 강해진다

 

잘못된 재개발정책으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람이 죽었다. 삶터를 뺏겼다.

유가족들과 함께 진실규명, 정부사과를 요구하며 싸운다.

그러면서 철거민들이 생존권을 되찾기 위해 나선 것이 1인 시위였다.

임시상가, 임대상가를 요구했다.

단지 용산 사람이기에, 내가 살던 동네 용산에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1인 시위는 고생하는 것보다 효과가 미미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24시간 노숙투쟁.

용산구청 앞에서 하면 약발이 안 먹힐 것 같아 서울시청으로 장소를 결정했다.

재개발을 주도하는 서울시도 책임을 져야 함으로.

 

2명이 24시간씩 시청 앞에 자리를 깔고 농성을 한다.

아침 9시에 교대를 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무섭지도 않단다.

잠자리를 빼앗기면 박스를 주워 깔고 자면 된다.

밟을면 밟을수록 강해진다.

 

고마운 시민들…간부도 찾아오고

 

노숙투쟁은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시청 간부도 찾아오고 협상도 들어온다.

더 고마운 것은 시민들이다.

아직까지 해결 안 되었나, 너무 가슴 아프다, 고생 많다...

이렇게 위로에 힘을 얻는다.

음료수, 키친 등등 먹을거리를 주며 걱정해주고

어떤 분들은 힘내라며 10만원도 주고 간다. 그러면 남일당 근조함에 넣는단다.

 

(홍보부장이 절뚝거리며 야식을 들고 등장한다.

그도 망루에서 특공대에게 많이 맞았다.

그리고 200일 되던 날 덤프트럭 막다가 용역들에게 맞아서 걷기도 힘들다.

목도 아파 보호대를 하고.)

 

타고난 싸움꾼(?) 박 위원장을 옆에 계신 할머니는 항우장사란다.

할머니는 목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는데

그는 힘든 것은 육체가 아니라 마음이다.

모든 식구들을 보듬어 안고 가고 싶단다.

함께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단다.

용산에 오시는 모든 분들을 가족처럼 모시고 싶단다.

밥 한 끼 물 한잔이라도 제대로 대접해 드리고 싶단다.

 

24시간 있다 보면 잠은 거의 못 잔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모든 것이 잘되어서 살맛나는 세상이 되길 꿈꾼단다.

재밌단다.

즐기면서 살기 때문에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끝장을 본단다.

싸울 때면 참았던 울분을 터트린단다.

 

돈 못 벌어도 행복…살맛나는 세상을 꿈꾸다

 

잘못된 재개발 정책으로 몇 십 년간 철거민만 당했다.

재개발을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생계 대책을 마련해 주고 삶의 터전을 잃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다시는 누군가가 죽어서도 안 되고 개발 악법이 진행되면 안 된다고......

용산 4구역의 싸움이 개발 악법을 막고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단다.

 

7개월 넘게 싸우면서도 잃은 것보다 얻는 게 많단다.

돈은 못 벌고 있지만 행복하게 투쟁하고 있단다,

남은 인생 없는 사람들, 힘들지만 말 못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가서 도와 드리고 싶단다.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것 같다.

이런 단단한 위원장이 당번일 줄이야......

힘들고 가슴 아픈, 눈물 쏙 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너무 행복한 투사의 모습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쫓겨나고, 거부당하고, 무시당해도, 오늘도 덕수궁 돌담길 그 끝 쪽에

서소문 별관 앞에서 하루 종일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머무는 이들이 있다.

지나가시는 길에 그분들이 보이시걸랑 살짝 힘주시는 말씀 한자락 해주고 가시기를......

 

시민들이 적어 놓응 응원 메시지들.

 

아픈 다리를 만지고 계신 할머니.

  

 

야식을 들도 응원 온 홍보부장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해 주고 있다.

 

 

 

7월 12일 비오는 날 노숙농성 모습 

 

연대온 전철연 식구들과 점심을 먹는 모습.

 

스치로폴로 비를 피하기 위해 만든 비막이. 

   

 

 

지나가는 시민이 빵을 전해주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