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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자락이라고 보이는 지금 꿈을 꾸어야합니다-11월 18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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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11: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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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소식

2009년 11월 18일 | 기도회 156일째 | 참사 233일째

 

 

 

 

   

 

절망의 끝자락이라고 보이는 지금 꿈을 꾸어야합니다

 

 

   강론 장동훈 신부(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차장)   

 

 

말이 참 우스운 세상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국회 표결에 관한 판결을 보며 우습다 못해 기괴해져버린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무상함을 생각해봅니다. 처리과정은 위법이나 그렇다고 결과가 위법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도둑질은 나쁜 짓이지만 그렇다고 그 훔친 물건이 장물은 아니라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판결을 보며 무슨 놈의 세상이 이 모양인가 싶어 화가 납니다. 하지만 우습고 기괴하고 무상하기 짝이 없는 이 말들이 그저 뱉어진 말로 끝난다면 화라도 덜 날 것 같습니다. 그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은 말의 가공할만한 파괴력은 자주 우리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이 추위에 남일당 골목을 떠나지 못하는 유가족과 우리들 역시 사죄 한마디가 아쉬운 것입니다. 진심어린 사과를 기다리며 이렇게 추운 바닥에 앉아있는 것입니다. 사과는 커녕 말 같지 않은 말을 쏟아낸 사법부의 판결문은 우리를 힘 빠지게 만들고 분노하게 합니다.

 

전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며 인간의 언어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말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합니다. 더 넓게는 그 사회가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면 문화를 이해한다고 합니다. 작금에 일어나는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들은, 참으로 2009년의 대한민국은 국민을 실어증 환자로 만들어버릴 만큼 천박하고 황폐한 불모지임을 재차 확인할 뿐입니다. 제 일 독서의 어미는 구개월간 뱃속에 품고 낳고 기른, 순교를 앞둔 아들들에게 말을 합니다. 하지만 어미가 사용하는 언어를 박해하는 왕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어미는 그 아들들에게 "조상들의 언어"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조상들의 언어, 그것은 단순히 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음성기호를 넘어 조상들이 그 어미에게 전해준 올곧은 정신이고 고결한 가치이고 품위입니다. 그리고 용기입니다. 왕은 도통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가 사는 세상에는 그 조상들의 언어가 전해주는 정의도 올곧은 정신도 가치도 품위도 없는 가짜 말의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어미의 말은 가히 위력적입니다. 어미의 말은 죽음 직전의, 그 극도의 공포에 떨고 있는 아들들에게 죽어 없어져도 불멸할 가치를 보여주고 희망하게하며 용맹하게 만듭니다.

 

반면 복음의 "말"은 독서의 어미가 구사하는 "조상들의 언어"와는 대조적입니다. 왕권을 받으러 떠나며 주인은 종들에게 큰돈을 맡깁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 종은 돈을 수건에 쌓아 땅속에 묻어둡니다. 왕이 돌아와 자신이 남기고 간 돈을 셈하며 맨 마지막 종에게 어찌하여 그대로 두었는지를 묻습니다. 그 종은 두려웠다고 대답합니다. 그 순간 왕은 노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종이 뱉어낸 말이 종을 단죄하게 됩니다. 두려움에 차 뱉어냈던 말이 종을 정말로 두려운 상황에 빠지게 합니다. 말은 단순히 뱉어내면 흩어져버리는 소리가 아닙니다. 말은 사람을 담는 그릇입니다. 고로 그 종의 진짜 죄는 희망하지 못한 죄, 상상하지 못한 죄, 스스로 한계 짓고 체념한 죄, 그리고 두려워한 죄입니다. 일독서의 어미의 "조상들의 언어"가 희망이라면 종의 말은 절망이고 어미의 언어가 두려움도 떨쳐버린 고결한 가치와 정신이라면 종의 말은 두려움에 찬 굴종입니다. 어미가 아들들에게 들려준 마지막 말이 사람을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살리는 언어를 넘어 불멸을 이야기하는 신의 언어였다면 종의 말은 체념하고 절망하여 종국에 자신을 스스로 죽게 만드는 품위를 잃어버린 인간의 언어입니다.

 

복음말미에 예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가진 자는 더 가질 것이고 없는 자는 가진 것 마저 빼앗길 것이다" 예수의 이 말씀은 무자비한 폭군의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의 단어를 잃어버린 자, 용기를 잃어버린 자, 절망하는 자는 그 말로 스스로를 단죄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말씀입니다. 꿈을 꿉시다. 아이처럼 꿈을 꿉시다. 절망의 끝자락이라고 보이는 지금 우리는 꿈을 꾸어야합니다. 조상의 언어를 기억합시다.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가 사는 것에 치여 재처 두었던 가치들을 우리 스스로 다시금 발견하고 이웃에게 전해주는 조상의 언어 희망의 언어, 고결한 언어가 됩시다.

 

유가족 여러분, 세입자 여러분, 그리고 추위를 마다않고 이렇게 달려와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금 이 진짜 말을 잃어버린 사회는 여러분들을 통해 "조상들의 언어"를 다시금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고결한 정신, 정의, 품위, 희망, 평화, 불멸의 가치들을 우습게 여기고 멸시했는지 지금 여러분들의 투쟁으로 다시금 기억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절망하지 맙시다. 아이처럼 꿈꾸고 어미의 말처럼 용기를 전하고 조상들의 언어로 당당하게 나선 아들처럼 두려움 없이 저벅 저벅 걸어갑시다. 우리스스로 조상들의 언어가 됩시다. 희망이 됩시다. 정의가 됩시다. 그리고 싸워 이깁시다. 훗날 넌 무슨 일을 했냐고 묻는 하느님께 당당하게 보여줍시다.

우리가 이렇게 싸웠고 희망했다고...

 

 

 

 

 

공동집전 신부님

 

 

주례 : 김일회 (인천교구)  강론 : 장동훈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차장)

■ 인천교구

-  김일회, 김종성, 전대희, 오병수, 장동훈  

■ 서울교구

-  전종훈, 나승구

■ 전주교구

-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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