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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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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과 연대하러 온 산타” 미국인 유학생의 용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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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5 15: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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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과 연대하러 온 산타” 미국인 유학생의 용산 시위
 황경상기자
ㆍ참사 소식 번역 해외 알린 김승현씨 “아무 책임 없다는 정부, 안타까워”

24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 푸른 눈의 ‘산타 클로스’가 등장했다. 빨간 산타 복장에 하얀 턱수염을 단 그의 손에는 ‘장례조차 못치른 용산참사 해결하라’는 손펼침막이 들려 있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예배가 끝날 때까지 그는 그곳에 서 있었다.

김승현씨가 지난 18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족들과 손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용산범대위 제공

스스로를 ‘철거민 산타’라고 부르는 그는 미국인 김승현씨(26)다. 미국 이름은 ‘G-raf’이지만 이곳에선 모두 ‘승현씨’라고 부른다. 왜 산타 복장으로 이곳을 지키느냐는 말에 김씨는 “북극에서 철거 당해 오갈 데 없이 이곳 철거민들과 연대하러 온 산타 할아버지를 상상했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재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레 용산참사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거민 산타’가 등장한 것은 지난 18일. 용산참사 현장에 있는 ‘촛불미 디어센터’에서 활동하던 김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 복장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제안을 받았다. 서양인이라 더 잘 어울리겠다는 것이었다. 추운 밤에 서 있는 게 쉽지 않았지만 김씨는 “유가족들과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웃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김씨는 2006년 한국에 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에 편입했다. 그는 “미국이라는 ‘제국’에서 편히 모국어만 하며 사는 것이 창피했다”며 “힘든 언어를 배우고 싶어 아랍어·일본어를 공부했고, 한국어에도 관심을 갖게 돼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용산참사 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와 몇 주 동안 집회에 참석했다. 이후 촛불미디어센터에서 용산참사 소식을 영어로 번역, 해외에 알리는 일을 도왔다. 함께 활동한 가수 조약골씨(36)는 “용산참사 현장의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던 중 승현씨가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을 인터뷰했다”며 “직원들이 외국인이라 경계를 풀고 ‘사람 좀 죽었으면 어떠냐, 철거는 계속해야 한다’는 막말을 했는데 고스란히 녹음해 방송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해가 저물도록 용산참사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그는 못내 안타깝다. 그는 “왜 가난한 사람만 피해자가 되는지, 왜 항상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용산참사는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말했다.

25일로 성탄절은 저물지만 ‘철거민 산타’는 한동안 더 참사 현장에 돌발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용산참사를 자신과 관계 없는 TV속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나서야 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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