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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길거리에 남일당 노래방이 떴다

작성일
2009.12.26 20: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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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길거리에 남일당 노래방이 떴다
[현장] 참사 유가족들 알고보니 '카수'들... "우리는 힘들지 않다"
09.12.25 14:36 ㅣ최종 업데이트 09.12.25 18:01 김지훈 (k_hoon)
 
 
  
상 중인 유가족들은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대신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강제철거 당하는 등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철거민들이 노래를 불렀다.
ⓒ 김지훈
용산

 

 

"유가족 분들이 어디가서 박수 한 번 치지도, 웃지도 못하고 지낸 지 339일째입니다. 오늘 우리는 힘들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힘차게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용산 길거리 노래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6시 서울 용산 남일당 앞에서는 '우리는 힘들지 않다' 길거리 노래방이 마련됐다.

 

상중인 유가족들은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대신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강제철거 당하는 등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철거민들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은 용산범대위 상황실에서 일하는 김인자씨가 기획하고 출연자 섭외도 했다. 그는 "노래들은 유가족들이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라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김인자씨의 섭외 요청에 "난 노래 (가사)를 끝까지 아는 게 없어"라며 뺐다.

 

이날 남일당 노래방은 사회자인 김인자씨가 부르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로 시작했다.

 

두 번째로 나온 '카수' 최순경씨는 현미의 '밤안개'를 불렀다.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그 옛 님을 찾아주려나 가로등이여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사회자 김씨는 "이렇게 풍부한 감성을 가지신 분들을 정부가 남일당 옥상으로 쫓아 냈다"라고 말했다. 최씨가 용산구에서 식당을 한 지는 15년, 산 지는 45년이다.

 

"다리 부러진 남편이 결혼하는 딸 손 잡아줬으면"

 

  
노사연의 '만남'... "용산 철거민 어머니 16분들에게 이 노래를 바치고 싶습니다"
ⓒ 김지훈
용산

 

 

박선영씨는 "용산 참사 해결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며 '나는 문제없어'를 열창했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뿐야 넘어지지 않을거야 나는 문제 없어~" 박씨는 철거 전에는 책대여점을 했다.

 

동작구에서 온 김도균씨는 '머나먼 고향'을 불렀다. 사회자 김씨의 "왜 이명박 정부가 살인진압을 하고 강제철거를 했을까요?"라는 질문에 김도균씨는 "한나라당 의원 한 분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고 '저런 사람들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고 말하더군요"라며 "그런데 사실 재개발 때문에 땅값이 오르고 있잖아요, 자신들이 한 일의 결과는 못 보는 거죠"라고 대답했다.


남편이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진짜 카수' 박순임씨는 '사랑 밖엔 난 몰라'를 '우리서방 밖엔 난 몰라'로 바꿔 불렀다. 박씨는 철거 전엔 무교동 낙지집을 했었다.

 

"남편이 참사 당일 건물 4층에서 떨어져 두 다리가 다 부러졌어요. 그래서 지팡이를 짚고 다녀요. 우리 딸 결혼이 3월인데 꼭 그 전에 해결이 되서 남편이 딸 손을 꼭 잡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철거 전엔 샤뜰레 카페 주인이었던 박찬숙씨는 윤태규의 '마이 웨이'를 불렀다. 사회자가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샤뜰레 카페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묻자, 박씨는 "아니 안 합니다, 투쟁하러 다녀야죠, 제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현장을 다니면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위해 빡씨게 싸워야죠"라고 답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노사연의 '만남'을 선곡하면서 "피어린 가슴을 부여안고 지난 일년 간 성지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순례자들에게 밥을 해주시고 함께 투쟁하시는 용산 철거민 어머니 16분들에게 이 노래를 바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자의 일생'을 끝으로 노래방은 막을 내리고

 

  
김헌국 목사
ⓒ 김지훈
김헌국

 

 

사회자는 편의점을 운영했다는 한 철거민과 농담도 나눴다.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5년 동안 편의점을 했어요. 저는 낮에, 남편은 밤에 교대로 일했어요."

"그럼 두 분이 언제 집에서 같이 자요?"

"토, 일요일에 딸이 알바로 대신 일했어요."

 

용산 남일당에서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집회를 인도하는 최헌국 목사는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를 불러 여성 철거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느메뇨 ...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철거민들은 한 목소리로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을 부른 뒤 남일당 노래방을 마쳤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견딜 수가 없도록 외로워도 슬퍼도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내 스스로 내 마음을 달래어가네

비탈진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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