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용산의 주검을 말하는가.
이재준
숫검뎅이 쪼그라든 몸뚱아린
죽어서도 벗지 못하는
찌든 삶의 굴래였다.
빌딩 사이 실낱같은 햇살에
언 손을 녹이며 살아온 수십년의 아침
유독 아름답게 빛나던 날
마지막 순간에 피어나는 영혼의 불꽃이었다.
없이 살아가는 죄
죽어서도 폭도가 되고
70세 노인의 생존권 요구가
테러전담반의 공격 대상이 될 줄 몰랐다.
초롱별 바라보며 지샌 하루
태어나 처음으로 가져보는
자유와 낭만이었다
꿈 속으로 빠져드는 새벽녘
그리운 얼굴 위에 반사되는 대형 크레인
굉음과 번뜩이는 섬광
광란의 1시간 10분
또 다시 태초의 적막은 시작된다.
단 하루만이었다
국가가 베풀 수 있는 자비의 시간
그들이 참을 수 없는 건
철거민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법과 인권과 정의가 살아 있는
21세기 선진 국가라고
용산의 주검은 말한다
민초들의 저항이 폭력이 아니라
민생을 외면한 제도 자체가 국가 폭압이라고
2009.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