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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용산참사는 안 된다-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284일간의 추모미사를 마치며

작성일
2010.01.08 17: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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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5607

  

또 다른 용산참사는 안 된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284일간의 추모미사를 마치며

 

 

 

 

 

1. 2010년 1월 6일, 오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205일간의 천막기도회와 284일간의 추모미사를 마무리한다. 작년 2월 2일 청계광장에서 개막된 시국미사로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했던 총 12회의 전국사제시국기도회와 11월 2일의 서울광장기도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전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시민과 교우들, 수도자들과 함께 드렸던 남일당 매일미사는 그야말로 생명존중과 평화애호를 염원하는 대장정이었다.

 

 

 

2. 유가족과 철거민들의 줄기찬 호소와 각계의 노력 끝에 일단 장례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용산참사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모자란 점이 너무 많다. 정부가 적반하장식의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려 유감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희생자들 앞에 분향하며 사죄를 구해야 마땅했고, 참사희생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심히 모독했던 정부여당의 다수 인사들과 보수언론 또한 깊이 사과해야 마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주민과 임대상인들의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가로채는 재개발 정책에 근본적인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제2, 제3의 참사가 대부분의 서민중산층을 겨누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3. 문제는 국민의 마음에도 들어 앉아 있다. 국가권력이 살려달라는 생존권 호소를 잔혹한 방식으로 제압했을 때, 그리고 이에 대한 항변을 갖은 궤변과 억지로 무참히 단죄하고 모욕을 주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방관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을 받들고 섬겨야 할 정부가 주인의 목숨을 빼앗고 삶터를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범죄를 자발적으로 승인해버린 꼴이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으나 한강르네상스, 뉴타운사업과 세종시, 4대강 등 모두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지을 이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서 정부가 용산참사와 같은 오만과 불손을 되풀이 하지 못하도록 우리 다 같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런 다짐이 아니더라도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장례일로부터 참사1주년이 되는 날까지 온 국민이 용산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국민추모기간으로 지내도록 제안하고 싶다.

 

 

 

 

4. 참사 현장의 천막기도와 매일미사를 통해서 우리는 교회의 정체와 복음 선포에 대해서 새롭게 깨달았다. 길바닥에 마련된 제대 주위로 전국 방방곡곡으로부터 무수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더운 날이나 추운 날에도 미사는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로써 교회가 있어야 할 곳은 고난의 현장이며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와 희망을 나누는 실천만이 진정한 복음 선포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춥고 어두운 구석에서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그 곳을 교회의 보금자리로 삼으며 이를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길로 여길 것이다.

 

 

 

5. 다시 한 번 더 호소한다. 감춘 것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검찰은 하루빨리 수사기록 3천 쪽을 공개하고 법원은 이를 토대로 시비를 가려주기 바란다. 법과 원칙은 국가권력기구 자신에게 우선 적용되어야 하는 점을 말씀드린다. 아울러 참사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자들과 장례식이 끝나면 감옥에 가야 하는 범대위 관계자들에게도 합당한 선처를 베풀기 바란다.

 

 

 

6. 국민과 모든 신앙인들을 향해 호소한다. 용산참사의 치유와 화해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 정부가 말하는 타결이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장례와 보상에 관한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 규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한 참사는 반드시 되풀이 될 것이다. 우리 서로 아껴주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나가자.

 

 

 

 

2010.1.6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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