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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는 계속된다…응암동 철거민 분신

작성일
2010.02.07 02: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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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는 계속된다…응암동 철거민 분신

생명에 지장은 없어…턱없이 모자란 '보상비'에 항의

기사입력 2010-02-05 오후 4:33:53

 

재개발 사업이 끊임없이 문제를 낳고 있다. 용산 참사는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또 다른 참사는 진행 중이다. 서울 응암동 철거민 박모(54) 씨가 은평구청 본관 로비에서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했다. 다행히 경찰이 바로 불을 꺼 큰 해는 입지 않았다.

그는 왜 분신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야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응암동에서 조그마한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부인과 두 딸을 키우던 박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처음에 재개발이 되면 보상금을 받으리라고 기대했다.

권리가액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총회 통과

조합이 꾸려졌다. 박 씨도 조합원이 됐다. 그가 살고 있는 주택은 대지 지분이 7평정도 됐다. 몇 차례 총회가 진행됐다. 없는 시간을 쪼개 참석했지만 어려운 법률 용어만 나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합 간부나 OS(Out Sourcing : 건설사 홍보)요원들이 집을 방문해 조합 설립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달라고 요구했다. "재개발이 빨리 되려면 도장을 찍어야 한다. 늦어지면 피해를 본다"는 말에 그런가 보다, 하며 도장을 찍었다.

▲ 응암지구이주대책위원회는 5일 은평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문 제는 관리 처분 총회에서 터졌다. 이 총회가 통과되면 재개발이 진행된다. 하지만 박 씨는 그때까지도 자신의 집이 얼마의 감정 평가액을 받았는지 알지 못했다. 조합은 총회가 열리는 날까지도 권리가액을 통보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권리가액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공사와 계약을 맺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 지만 총회 전 조합 간부가 조합원들에게 받은 서면 동의서로 관리 처분 총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 씨는 예전의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준 다른 조합원들이 야속했다.

농성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조합

총회가 끝나고 이틀 뒤 감정평가액 통지서가 집으로 배달됐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의 평가액은 약 4000만 원. 말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더구나 주택용 주거지로 신고된 땅이 4평 밖에 되지 않아 주택 분양권도 받지 못했다.

조합에서는 박 씨가 집 한쪽을 터 운영하고 있는 슈퍼마켓도 무허가 사업으로 평가했다. 조합은 상가 분양권은 고사하고 영업 보상금도 주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4000만 원으로는 네 식구가 살 수 있는 전세집도 구하지 못한다.

조합에서는 관리 처분 총회 이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후 재개발은 진행됐다. 총회가 열린 지 두 달도 안 된 2008년 12월, 자신이 살던 집이 철거됐다.

분을 참지 못한 박 씨는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조합원 15명과 재개발 현장에서 컨테이너를 놓고 농성을 시작했다. 그렇게 농성을 진행한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이 터졌다. 지난 2월 1일, 은평구청에서 농성장에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해 간 것. 분을 참지 못한 박 씨는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은평구청으로 향했다. 박 씨는 라이터를 들고 현수막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은평구청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박 씨는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에 불을 댕겼다.

"대책 마련 없으면 제2, 3의 분신은 계속 나올 것"

전국철거민협의회 서울지역 응암이주대책위원회는 5일 서울 은평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 시공사인 현대건설, 은평구청이 계속 응암동 철거민을 무시하고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제2, 3의 분신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응암 7, 8, 9구역은 2008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됐다. 하지만 일부 가옥주들은 보상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 응암이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잘못된 개발 관련 법 개정 및 이주대책과 생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300여 세대 중 15세대가 대책위에 속해 있다.

이들은 "응암동 가옥주 철거민들은 똑같은 심정으로 이번 분신 사건을 접하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조합, 현대건설 측의 비인간적인 행태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허름해도 안식처였던 곳을 물건처럼 헐값으로 매긴 뒤, 죄인처럼 쫓아냈다"며 "안식처를 한순간에 부셔버리면 그 안에서 살던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해영 응암이주대책위원회 사무장은 "가족이 함께 지내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면서 가족 공동체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를 친가에 맡기는 부모, 딸집을 전전하는 노인, 고시원 생활을 하는 학생 등 철거민 가족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조합과 시공사는 철거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박 씨가 속해 있는 응암제9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답변해 줄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도 "보상금, 분양권 등은 조합에서 결정하는 일"이라며 책임을 조합 측으로 돌렸다.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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