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게시판

욕설 및 비방, 광고글, 도배 글은 삭제됩니다.

작성자
대책위
제목

아버지와 아빠에게(고 윤용헌님의 아들 현구군의 글)

작성일
2009.02.24 09:14:03
IP
조회수
4,171
추천
3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580

아버지와 아빠에게

아빠, 저 어제 졸업식을 했어요. 절대 울지 말아야지 다짐만 몇 백번 했었지만 막상 졸업식을 하려 하니까 눈물을 흘려버렸어요. 친구들은 졸업식이 끝나면 모여서 밥이라도 함께 먹자고 했지만 나는 엄마랑 상필이가 생각나서 그냥 영안실로 왔어요. 저녁 때 다른 가족들이 이성수 아저씨네 상흔이 형하고 나를 위해 졸업 파티를 열어줬어요. 진행하는 내내 엄마는 울기만 했어요. 오늘 같은 날은 우리 가족 모두 맛있는거 먹으러 갔었는데 하면서 눈물 흘리시는 엄마 때문에 저도 내내 슬펐어요.

모든 물건 하나하나에 아빠와의 추억이 담겨 있어서 큰일이에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난 머리가 나빠서 공부는 잘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좋았던 추억만큼은 거의 기억하고 있어요. 장소나 배경은 흐릿하지만 아빠의 모습은 흐리지 않아요. 지금도 또렷한데 세상 그 무엇보다도 선명한데 이렇게 이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차라리 누군가가 죽음이 아니라 긴 이별이라고 말해 주면 좋을텐데 저는 아직까지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솔직히 아빠가 밉기도 해요. 나는 괜찮지만 엄마나 상필이는 어떻게 하라고, 상필이는 아직도 여린데, 모든 것을 아빠와 함께했던 애 인데 어떻게 해요. 전철연 사람들은 상필이를 보면 다들 슬퍼해요. 아빠랑 너무 많이 닮았다하시면서요. 나는 요즘 잠이 많이 자요. 이 모든 게 꿈이어라 하구요. 잠에서 깨면 이 모든 일들이 다 꿈이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빠랑 함께였으면 좋겠어요.

병원 영안실에는 모처럼 친척들이 많이 모였어요. 그 동안 식구도 많이 늘었어요. 경구형은 아들은 낳았는데 눈매가 형을 닮아서 얼마나 날카로운지 몰라요. 상석이 형은 딸을 낳았는데 얼마나 씩씩한지 몰라요. 아빠가 봤으면 참 좋아했었을 텐데. 상석이 형은 아빠한테 지오를 보여주지 못한 걸 너무 속상해해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 지금은 이 마음 하나뿐이에요.
그 투박한 손으로 라면을 끓여주시면 세상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 계신 곳은 편안하신가요. 그리고 엄마랑 상필이 항상 지켜봐 주세요. 나는 언제까지나 자랑스런 아들이 될게요.

아빠, 나는 아빠가 보고 싶어. 지금은 이 마음 하나뿐이야.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꿈속에서라도 한번 나와줘. 나는 아빠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 놔 주지 않을거야. 떠나지 못하게 절대 놔 주지 않을거야. 그리고 아빠한테 말할거야. ‘ 아버지 사랑합니다 ’ 라고.

2009년 2월 14일 큰아들 현구 올림.
덧글 목록

하늘아래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02.27 00:14

마음이 아픔니다.
부디...현구군이 꿋꿋하고 당당하게 자라시길 바랍니다

김은희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02.27 11:59

곧 입학이겠네요...열심히 살아갑시다...함께 지켜드리겠습니다.

송주상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02.27 22:31

저의마음이 울컥하네요.이젠 현구군이 가족을 지켜야합니다.
좌절하지마시고 항상 아버지가 곁에서 지켜드리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의 모든 동지들이 꼭 여러분들을 지켜드리고 고인이되신 분들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니라는것을 수많은 동지들이 반드시 진실을 밝혀드리겠습니다.
언제한번 만나게 되면 형으로써 꼭 안아드리고 싶군요.항상 건강하시고 어머님과 동생을
꼭 지켜드리세요.

덧글 쓰기
[YJF9A1] 이 문자열을 입력하세요.
관련글 목록
2 관련 소식 및 의견 게시판, 온라인 분향소 운영원칙 대책위상황실 2009.02.09 4208 / 564
1 아버지와 아빠에게(고 윤용헌님의 아들 현구군의 글) (3) 대책위 2009.02.24 4171 / 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