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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책위
제목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탄원서

작성일
2010.07.22 19:37:05
IP
조회수
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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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6014

탄 원 서

 

재판장님께

 

재판장님, 저희는 이른바 ‘용산참사 유가족’들입니다. 저희 남편들은 지난해 1월 20일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 올랐다가 경찰의 잔인한 진압으로 인해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저희는 졸지에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1년여를 남일당 현장을 지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그러다가 지난 1월 9일에서야 장례를 지내고 남편들은 모란공원에 묻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용산 유가족들 중에 고 이상림의 처 전재숙과 고 양회성의 처 김영덕은 용산4구역에서 각각 ‘레아 호프’와 ‘삼호복집’을 남편과 더불어 운영하다가 이런 비극적인 일을 맞았습니다. 또 고 이성수의 처 권명숙은 용인 신봉지구에서 투쟁을 하던 중에, 고 윤용헌의 처 유영숙은 서울 중구 순화지구에서 철거투쟁을 하던 중에 용산4구역에 연대 나갔다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저희들은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이런 변을 당했습니다. 갑자기 철거를 맞게 되어 길거리에 나앉기도 하고, 우리 중에는 천막농성으로 버티며 주거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싸움을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철거투쟁을 하면서 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내쫓는구나, 산더미만한 깡패들에 폭행도 당해서 호소해도 철거민만 당하는 것들을 보면서 가슴에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중에 생각도 못하던 남편의 비명회사를 겪게 되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 나라의 검찰은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던 때에 불구덩이에서 숯덩이가 되어버린 남편들의 시신을 빼돌려서 강제부검을 해버렸습니다. 참사 당일 밤 경찰에 사정사정하여 확인한 남편의 시신을 보고 우리 유가족들은 모두 실신해 버렸습니다. 불에 그슬린 정도가 아니라 고통에 뒤틀린 몸뚱이, 아아 얼마나 아팠으면, 고통스러웠으면 저렇게나 팔, 다리를 뒤틀면서 죽어갔을까…거기에 부검으로 난자질 당한 몸뚱이를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리석게도 검찰이 나섰으니 진상규명이 되고, 강제진압으로 사람을 죽게 만든 진압 책임자들이 처벌되겠거니 일말의 기대가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검찰은 경찰 무죄, 철거민 유죄라는 결론에 맞추어서 수사를 하고, 철거민들만 기소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부상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고 이상림의 아들 이충연을 병원에서 체포하여 구속하기도 하였고, 지금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지석준을 기소하여 재판에 회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끔찍한 상황을 맞았을 때 참으로 다행히 저희 곁을 지켜주고, 유가족의 심정을 대변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아니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참사 현장과 우리 남편들의 시신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주었습니다. 특히 천주교 신부님들을 비롯해 목사님들, 스님들이 지켜주셨습니다. 그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에 우리는 다시 힘을 얻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55일 동안 냉동고에 있던 시신을 모란공원에 안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에 의해 목숨을 잃은 우리 남편들은 이제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남편들이 지금과 같이 동지들이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한다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워 할까요? 이번에 검찰에 의해서 중형을 구형받는 다른 동지들마저 중형을 선고받고 다시 감옥살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슬퍼할까요? 죽어서도 편히 눈 감고 영면에 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는 7월 22일 재판장님이 선고를 내리실 피고인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주부입니다.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이 있고, 가정을 위해 온몸 바쳐 일해 온 이 나라의 서민들입니다. 그들이 잘못된 재개발 정책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른 지역의 투쟁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중형을 선고받는 일은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저희는 확신합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의 힘이 모자라서 망루 투쟁의 생존자들이 중형을 선고받고, 구형받는 입장이지만 조만간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과거 독재정권 시기에 수많은 사건들이 조작되어 끔찍한 고통을 낳았지만, 지금 그런 사건들이 재심에 회부되어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와 같이 용산참사의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우리 유가족들이 눈 뜨고 살아 있는 한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고 잘못된 진압을 벌인 책임자들이 처벌될 수 있는 날이 꼭 오리라고 믿습니다.

 

재판장님, 우리 유가족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유가족에게, 고인이 된 우리 남편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말아주십시오.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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