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최고은 작가 사망은 자본주의 사회에 의한 타살
-한겨례 홍석재기자의 기사에 답한다
한겨례 홍석재기자에 의해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최고은 작가(32)가 설을 앞둔 지난 달 29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 작가가 수일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재학 중이던 2006년 단편 영화 '격정 소나타' 감독으로 나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한 재원(才媛)이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성명에서 △최고은 작가는 실력을 인정받아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맺었지만, 이 작품들이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던 점 △고인의 죽음 뒤에는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고, 단지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쓰려하는 잔인한 대중문화산업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는 점 △실업부조제도의 부실과 관련한 정책 당국의 책임을 지적했다.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 스태프들의 2009년도 연평균 소득은 623만원(월평균 52만원)으로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고 한다. 결국, 스태프들에게 기존 영화계는 임금체불 정도가 아니라 임금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시장이라는 말이 된다. 또 영화감독협회에 등록된 260명의 감독 중 30명 정도의 유명 감독 외에는 모두 경제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하니 우리 사회 90:10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영화시장에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사실 노동자민중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생활고로 인한 죽음은 매우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밝혀지지도 않을뿐더러 보도도 잘 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최 작가의 경우는 그나마 영화계에서 이름이 알려져 보도된 조금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신, 생활고와 관련하여 통계에 잡힌 노숙인 사망자 수를 보면 1999년에 103명에서 2004년 후에는 대략 300명 선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소득수준이 중위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특히 OECD 최고 수준으로 하루 33명이 자살(2008)하는 나라지만,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꼴찌다. 이것이 1인당 GDP 2만불 시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최고은 작가와 같은 죽음에 대해 흔히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지만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 의한 타살’이라고 고쳐 부르는 게 옳다. 이윤에 눈이 멀어 인간과 노동을 수단화 하는 카지노 성격의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영화계 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여타 분야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인 제2 제3의 최고은이 도처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신숭배 종교인 자본주의와 사랑과 정의의 예수운동은 정 반대편에 서 있다. 예수운동은 오병이어(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밥상공동체와 치유로서의 무상의료로 최고은과 같은 어려운 노동자민중들의 삶을 살리는 실천적인 운동이다. 예수운동 하는 이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 격인 장례운동(?)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대안까지 이끌어 내야 한다. 전태일에서 최고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그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2011. 2. 9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