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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추모제 사흘째 - 전주

작성일
2009.09.16 23: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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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6&id=369

용산은 서울시 용산구가 아니라 전국에 있습니다
-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추모제 사흘째 - 전주
 
"권력자가 국민을 섬기기보다 군림한다면 그 말로는 비참하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가진 자들만을 위한 불통정치를 반성하고 용산 유가족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횃불의 도시, 들불이 퍼져나가는 고장 전주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투쟁 사흘째 일정이 진행됐다. 청주 일정을 마무리하고 아침 일찍 여장을 꾸린 순회투쟁단은 곧장 전주로 향했다. 드높은 하늘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전주는 인심 좋기로 소문난 동네다. 점심 밥상이 싸고도 푸짐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순회투쟁단은 전주 오거리로 이동, 바로 캠페인 준비를 시작했다. 예상보다도 인적이 드물어 오후 시간이 한가롭다. 그래도 쉴 수는 없는 노릇. 전철연 회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상가를 누빈다. 저녁에 예정된 촛불추모제 홍보 포스터도 인근에 부착하고 다닌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전북대책위원회와의 공식적인 만남은 4시부터였다. 전국순회투쟁단과의 공동 기자회견이 그 첫 순서다. 기자회견에는 전북지역 주요 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전북본부,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전주시당, 공무원노조, 시설인권연대, 새날을여는정치연대 등 사회운동 단체 대표들과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께서 자리에 함께 하셨다.
 
이세훈 목사님은 '초생달이 꽉 차기 전에 반드시 열사들의 한을 풀자'며 말씀을 열어 주셨다. 이어 순회투쟁단 조희주 범대위 공동대표는 '용산 참사는 정권에 의한 양민 학살'이며 '9월 26일 범국민추모대회로 집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 권명숙 여사는 '어제 유가족이 용산을 비운 틈을 타 용산경찰과 용산구청이 참사 현장에 걸린 이명박 반대 현수막을 모조리 떼냈다'며 애타는 심경을 토해낸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범대위 대표단과 유가족은 전북지역 사회운동단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권이 여전히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 추석 전에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26일 범국민추모대회에 지역 동지들이 집결해야 한다'고 조희주 대표가 운을 뗐다. 범민련 노수희 의장 직무대행께서도 '용산이 해결될 때 비로소 이땅 노동자 농민 빈민의 문제가 해결된다'며 '젖먹던 힘까지 짜내 26일로 집결하자'고 덧붙이셨다.
 
이에 전북지역 대책위 대표자들이 '일단 26일 범국민추모대회에는 지역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상경하자는 결의를 모았다'고 화답했다. 간담회 분위기가 일순 달아오른다. 추석 일주일 전이라 조직이 여의치 않을 수 있으므로 세심한 신경을 써서 조직화에 만전을 기하자는 당부도 곁들여진다. 유가족 김영덕 여사는 '추모제라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대오를 이뤄 정권에 맞서 싸워 달라'는 간곡한 호소를 하신다. 간담회에는 기자회견 참가 단체 외에도 전교조전북지부, 전북녹색연대, 자활센터, 전북미디어센터, 전북평화인권연대 등의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전철연과 촛불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순회투쟁단은 전주오거리 일대에서 용산 국민법정 기소인 모집 캠페인을 활발히 펼쳤다. 짧은 시간 동안 100명도 넘는 기소인을 모집했다며 기세등등이다. 일한 뒤의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저녁 식사를 마련해주신 민주노총전북본부에 감사드린다.
 
촛불추모제 장소는 이미 시끌벅적하다.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합심해서 꾸린 '즐거운 공동체를 위한 시민행동, 공짜 촛불다방 벼룩시장'에서 바자회를 열어 순회투쟁단에 성금을 전달하셨다. 지난 주 수사기록 3천쪽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펼친 천정배 전 의원의 민생투어 포장마차도 행사장 주변에 차려졌다.
 
어스름이 깔리고 하나 둘씩 촛불이 켜졌다.
"우리는 용산에 간다. 용산은 서울시 용산구가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있다. 재개발로 고통받는 전국 곳곳에 있다. 우리는 지금 용산에 있다"는 사회자의 선언이 가슴을 울린다. 군산에서 파업 중인 전북택시일반노조 조합원들의 붉은 조끼도 눈에 띈다.
 
노수희 의장이 대회사를 힘차게 하시는 동안, 아니나 다를까 경찰이 추모제를 방해한다. 이미 행사장 주변에 깔린 5개 중대 병력이 '피켓을 들지 말고 구호도 외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병력을 투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서울에서는 너무나 흔한 풍경이지만, 지역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란다. 정말 전주에 용산이 있나보다.
 
그러나 경찰의 치졸한 방해에 굴할 우리가 아니다. '철거민의 불법이 아니라 살인 재개발이 문제다. 전철연 끝까지 투쟁한다'는 전철연 동지의 당찬 결의가 경찰의 경고를 무색케 한다. 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환호도 높아진다. 전주에서도 얼마 전 재개발 문제가 터졌는데 지금까지 재개발에 맞서 헌식적으로 싸워온 전철연 덕분에 지역에서도 이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참말 다행이다.
 
고백교회 이영랑씨의 대금연주가 '상처받은 많은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 민주노총전북본부와 농민회에서 각각 성금과 과일을 전달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순간이다. 유가족 김영덕 여사는 '여러분이 저희 유가족의 몸과 마음이 되어 달라'고 하신다. 26일 추모대회로 상경하자는 전북지역 시민들의 결의가 모아진다.
 
힘찬 구호와 함성으로 촛불추모제를 마무리한 뒤, 시민들은 국민법정 홍보물을 안고 돌아간다. 오늘 새로 주문한 유인물이 벌써 동이났다. 지역 시민들의 선물을 가득 실은 순회투쟁단 버스는 문규현 신부님이 계신 평화동 성당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신부님과 신도들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오체투지에서 뵙고 다시 전주에서 뵙게 되니 더욱 반갑다. 성당에서 정성스레 마련해주신 간식을 나누며 뿌듯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우리는 내일 또다른 용산, 아산과 대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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