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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추모제 넷째 날 - 대전충남권

작성일
2009.09.18 0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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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사람의 첫 도리입니다

-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추모제 넷째 날 - 대전충남권



'용산'은 경찰을 몰고 다닌다. 전국 순회 촛불문화제 나흘째를 맞아 대전충남권을 방문한 순회투쟁단은 어김없이 경찰과 맞닥뜨려야 했다. 대전과 아산에서 개최된 촛불추모제에서 각각 수백 명의 병력이 우리를 틀어막은 것. 그러나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상부의 지시를 받아 무작정 움직인 경찰은 끝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승리, 정의의 승리다.


순회투쟁단은 아침 일찍 전주 평화동 성당을 나와 전주 도심에서 출근 선전을 펼쳤다. 인적이 드물었지만, 한 명의 시민이라도 더 만나겠다는 순회투쟁단의 의지는 드높았다. 왕복 8차선 사거리에서 신호 정지한 차량에 접근해서 유인물을 나눠준다. 시민들은 흔쾌히 유인물을 받아 든다. 1시간 가량 열띤 선전을 펼친 순회투쟁단은 전교조전북지부에서 마련해주신 아침 식사를 든든히 먹었다.


환송을 받으며, 버스는 충남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다시 북으로 향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왼편에 바다가 보인다. 수개월 동안 순천향병원과 용산을 왕복하느라 답답했던 유가족들의 마음도 잠시 뻥 뚫리는 느낌이다.


충남권 첫 일정은 태안이었다. 고용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천막농성 현장을 지지 방문한 것. 2007년 말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보상금 책정을 위해 스파크인터내쇼날이라는 업체가 국제 보험 기금의 용역을 받았는데, 이들로서는 보고서의 숫자만 채우면 돈이 나오기 때문에 주민들의 보상이나 노동자들의 처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스파크인너태쇼날은 피해액 산정을 하던 조사관들을 해고하거나 전보발령을 했고, 이들은 결국 노동조합을 설립,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생계대책을 수립하는 데 무관심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서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데만 혈안이 된 자본가들... 용산 철거민과 어쩌면 이렇게 처지가 똑같을까.

"힘내십시오. 저희도 이번 싸움을 하면서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교훈을 배웠습니다." 유가족 권명숙 여사가 오히려 이들을 격려한다. 간담회가 끝난 후 스파크인터내쇼날 노동자들은 '용산 투쟁 승리' 구호를, 순회투쟁단은 '노동기본권 쟁취' 구호를 서로 외친다. 하나되는 순간이다.


순회투쟁단은 다시 아산으로 출발이다. 저녁에 온양온천역에서 충남권 촛불추모제가 예정돼 있다. 5시경 온양온천역에 도착한 순회투쟁단은 곧장 선전에 돌입했다. 하굣길 학생들,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온 주부들, 퇴근길 노동자들... 그 어느 때보다도 반응이 뜨겁다. 가판 앞을 지나치는 시민 대부분이 1만 기소인에 동참한다. 순회투쟁단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같은 시간 순회투쟁단 일부는 대전에서 예정된 촛불추모제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대전에서는 6시부터 지역 사회단체 대표자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스무 명도 넘는 대표자들이 참석하여 9월 26일 범국민추모대회 상경 투쟁을 약속했다. 전국 순회투쟁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10월 18일로 예정된 용산 국민법정도 큰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참사의 온전한 해결이라는 데 모두가 뜻을 함께 한다.


저녁 7시, 아산 온양온천역에서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낮에 만났던 공공서비스노조 스파크인터내쇼날지회, 금속노조 소속 현대자동차아산공장비정규직지회, 동희오토, 위니아만도, 건설기계 노동자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당원들, 충남도연맹 농민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추석 전에는 반드시 열사들의 한을 풀자는 노동자 농민의 결의가 드높다.

한편 이날 추모제 장소에는 수백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아산에서 몇 년 만에 가장 많은 경찰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간 대전에서도 촛불추모제가 진행됐다. 대전 경찰은 아산보다 좀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순회투쟁단 버스가 대전역광장에 도착하자마자 경찰 지휘부가 문 앞에 '도열'하더니 현수막과 피켓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가로막는다. 따져 묻는 우리에게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하더니 결국 15분쯤 지나 '자진 해산'이다.


경찰과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동영상에 비치면서 행인들의 시선이 일순간 집중된다. 오늘 순회투쟁에 함께 한 이수호 범대위 공동대표는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것이 사람된 첫 도리입니다. 용산 철거민의 죽음을 나의 문제로 생각하고 가슴아파하는 것, 그것이 사람된 첫 도리입니다."


순회투쟁 나흘째, 충남지역에서 환하게 켜진 촛불은 우리의 양심을 비춘다. 정의와 진실을 비춘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때늦은 식사를 마친 뒤 순회투쟁단은 다시 아산으로 가서 온양온천역 팀과 합류한다. 불과 몇 시간 떨어져 있었건만 그새 그리웠던 모양이다. 서로에게 수고 많았다는 격려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광주전남권. 광주와 목포에서 촛불추모제가 예정돼 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는 피로회복제 한 병 마셔야 할 듯하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지역 시민들의 동참과 응원이 우리에게 힘을 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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