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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께 전달한 용산참사 유가족의 편지 (교황 초청 명동성당 미사에서)

작성일
2014.08.25 11:01:10
조회수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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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6&id=700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동성당 미사에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밀양, 강정 주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식 초청되었습니다.

교황 초청 미사에 참석한 용산유가족 이충연님이 프란치스코 교황께 편지를 전해드렸습니다.
편지와 함께 용산다큐 [두개의 문]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전해드렸습니다.

다음은, 유가족 이충연님이 교황께 전한 편지의 전문입니다.


..................................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상징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용산참사 유가족 이 충연입니다.
저희 가족은 용산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며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였습니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던 저희 가족에게 도심 재개발이란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면서 평범한 저희들은 하루하루 건설사의 용역폭력에 시달려야 했고, 그 어떤 곳도 저희들을 보호해주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일궈온 생활터전을 빈 몸으로 쫓겨나는 것은 가정이 파괴되는 일이기에 저희 가족은 저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9년 1월 20일, 아버지와 저는 같은 처지의 철거민들과 함께 건물 옥상에 올라 저희의 억울함을 얘기하려 했지만, 정부와 경찰은 단 한 번의 대화조차 없이 폭력적인 진압을 하였고, 만 하루 만에 대테러 진압을 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시켜 아버지와 4명의 철거민과 경찰1명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모든 국민들은 무리한 진압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 6명의 목숨을 잃게 한 정부와 경찰에게 책임을 탓했지만 오히려 모든 죄는 극적으로 살아남은 저와 철거민들에게 덮어 씌워 중형을 선고하여 4년 넘은 옥고를 치러야했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처는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355일간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밝히고자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거리에서 살았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천주교 신자 분들이 매일 미사를 하며 저희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때 사제단 신부님들이 안 계셨더라면, 신자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없었더라면 저희는 더욱 절망의 늪에서 매일을 원망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저는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습니다. 왜 단 한 번의 대화도 없이 무리한 폭력진압을 하여 무고한 시민 6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희가 살았던 그곳은 허허벌판으로 남아있습니다. 용산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또 다른 용산참사를 막는 일이기에 저는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잘못된 개발정책을 바꿔 다시는 용산참사와 같은 일은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못된 재개발제도는 달라지지 않았고, 지금도 수많은 개발지역에서 원주민들은 대책 없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무고한 시민 6명을 죽게 만든 책임자들은 오히려 승승장구 하여 공기업 사장이 되어 더 많은 용산참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아픈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는 모습을 보며 큰 위로를 받습니다. 저와 같은 쫓겨나고 내몰리는 철거민들과 돌아가신 아버님과 네 분의 철거민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용산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용산을 기억해주시고 기도해주십시오.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되는 세상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비바파파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4년 8월  18일 명동성당 미사를 앞두고...  용산 유가족 이충연 


P. S 용산을 담은 영화 두 편(두개의 문,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함께 드립니다. 꼭 봐주시고 용산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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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선 덧글수정 덧글삭제

2014.10.30 21:40

항상 영육간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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