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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기 추모시]우리는 아무도 그 새벽을 떠나오지 않았다(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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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3 15: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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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6&id=712

우리는 아무도 그 새벽을 떠나오지 않았다

- 용산참사 6주년을 맞아

 

송경동(시인)

 

그때 우리의 눈에서도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이를 어쩌나, 수많은 눈물샘들이 열렸지만

그 뜨거운 불을 끌 수는 없었다

검게 탄 시신에서 멀쩡한 라이터와 지갑들이 나왔다

죽인 자들이 재차 강제부검으로 시신을 훼손했다

죽은 자들은 하루 아침에 과격분자들이 되고

테러리스트가 되고 건설브로커가 되었다

5조원의 개발이익이 저지른 살인극이었다

한강 르네상스라는 정치적 치적을 위한 번죄물이었다

민간을 향한 국가의 도심 테러극이었다

용역깡패와 경찰과 관의 전광석화 같은 합동작전이었다

 

생계를 위해 올라갔는데 생을 빼앗겼다

생활을 쫓아 올라갔는데 생명을 도난당했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올라갔는데 잿더미밖에 남지 않았다

쯧쯧, 사람들은 자신들이 불타 죽은 지 몰랐다

불쌍해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오늘이 철거당하고 있는 것을 몰랐다

어떡해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 역시 허물어진 것을 몰랐다

친구가 친구를 불태워 죽였다고 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불태워 죽였다고 했다

진압책임자는 일본영사로 의원후보로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쉬지 않고 영전되고 있었다

철거민들만 기나긴 옥살이를 해야 했다

한강 르네상스는 모든 게 사기였음이 드러났다

진실은 아직도 용산4가 남일당 골목에

폐허가 되어 버려져 있다

제2의 용산이 고공철탑으로 광고탑으로 망루로

다시 쫒겨 올라가고 있다

제3의 용산이 불타죽고 목매죽고 수장당하고 있다

제4의 용산이 다시 쫒겨나고 밀려나고 끌려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그 현장에 서 있다

 

 

아무도 그 새벽으로부터 떠나오지 않았다

언제고 우리는 그 새벽을 다시 오를 것이다

그 새벽의 이웃들을 구하기 위해

그 새벽의 간절하고 소박한 꿈들을 구하기 위해

민중들의 망루를 지키기 위해

우리들의 새로운 집이 세워지는 그날까지

용산 학살의 책임자들이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질 때까지

우리는 언제까지나

2009년 1월 20일

그 새벽에 함께 서 있을 것이다

덧글 목록

최 흥선 덧글수정 덧글삭제

2015.02.10 12:40

항상 영육간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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