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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7주기 추모제 : 망루농성 생존철거민 추모사

작성일
2016.01.21 11: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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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6&id=731
용산참사 7주기 추모제 : 망루농성 생존철거민 추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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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상림 열사, 고 양회성 열사 , 고 한대성 열사, 고 이상수 열사, 고 윤용헌 열사님!

그 어두운 새벽, 살을 파고드는 추위 속에서, 무슨 생각하시며 남일당에 오르셨습니까?
그 거센 물줄기를 온몸으로 견디며 무엇을 지키려 하셨습니까?
그 뜨거운 화염 속에서 누구를 떠올리면서 한숨을 토하셨습니까?

기억하십니까?
2009년 1월 20일
우리가 함께 쌓았던 희망이 불구덩이 속에서 무너졌던 날입니다.
이나라 권력이 희망을 쌓던 동지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날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열사들을 생각하며 피눈물을 쏟고 통곡한 날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살아남은 것이 죄"라며 테러범으로 낙인찍어 감옥에 넣은 날입니다.
세상이 어쩌면 이나라는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그것도 모자라서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열사들 앞에 서면 7년이 지난 오늘에도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뿐입니다.
저들의 힘에 눌려 견디어내지도 못하고 열사들을 불구덩이에서 지켜내지 못한 것이 한없이 죄송합니다.
또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엄혹한 세상에 가려, 그 억울함을 풀지 못해 열사님들 뵐 낯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진산규명을 이루지 못했고, 진압의 책임자들을 처벌하지도 못했습니다.
당시 진압책임자였던 김석기는 더러운 권력을 배경으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오히려 우리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지금도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살던 곳에서 강제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열사들께서 소원하셨을, 무엇 하나 바꾸어내지 못하고 또다시 이자리에 섰습니다.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오늘 다섯 열사들 앞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날 함께 했던 여러 동지들, 그리고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 하였습니다.
여기 살아남은 사람들이 똘똘뭉쳐 진실을 찾아내고,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고야 말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셨을 열사들께서 한순간이라도 편안히 눈감으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소원하셨을 가난한 이들이 더 이상 쫓겨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더욱 단단하게 견뎌보겠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또다시 쌓아 올리겠습니다.

소원하시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사랑하는 가족들과 열사들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영생하십시오.

2016년 1월 20일
함께했던 동지들과 김창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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