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보일 법하지 않은 초현실적인 장면.
언 듯 보기에는 몇 사람이 빙 둘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평이한 장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의 깊은 의미는 우리를 경악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 상복을 입은 여사들은 정부와 공권력, 재개발업자들의 무자비한 집중 공격에 의해서
올 1월 20일 용산 남일당 옥상 망루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미망인들.
* 바닥에 놓인 서류는 이들 유가족을 비롯한 세입자주민대책위에 의한 ‘작업차질’을 문제 삼으며
8억 7천만 원을 배상해 내라는 ‘손해배상청구 촉탁서’.
* 그리고 서류를 내 보이는 이는 이곳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다섯 명의 죽음을 빚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인정받는 ‘재개발조합’의 대리인.
사람이 죽어간 160일이 지났어도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이 한 많은 여인들 앞에 그 참사의 한 주체세력이
‘사업에 손해를 준다.’며 손해배상청구서를 대뜸 들이대는 이 모습은 공포와 소름을 돋게 만든다.
도무지 현실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이 기괴함 속에서 우리가 몸부림을 친다면 이 악몽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을까?
사람의 죽음은 보이지 않고, 손앞에 쥐어지는 이익만을 쫓는 사람의 세상이 슬프다.

[하늘씨앗살이학교의 교장선생님이신 김영근신부님께서 레아 2층에서 조촐한 미사를 진행하셨습니다.]

[97년 서품을 받은 신부님은 소외된 청소년들의 약물(본드 등)하는 청소년 계도에 매진해 오셨습니다.
이에 그룹 홈을 운영하면서 청소년 선도와 바른 가치 함양을 위한 일을 소명으로 생활해 오신 분입니다.
현재 김포에 있는 씨앗살이학교에서 13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안학교를 운영하시고 계십니다.
생각지도 못한 터에 갑자기 이런 자리에서 뵈니 동지애?가 피어오릅니다.]

[민중교회인 ‘돌산교회’에서 부목사님과 신도들이 오셔서 분향소 앞 천막에서 예배를 보셨니다.
우성구 준목사님이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여느 교회에서 듣지 못하던 찬송이 흘러나옵니다.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짤린 하나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당한 하나님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계실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버렸나
가엾은 하나님
그리고 ‘결단 찬송’이라고 불리우는 시간에는 생소한 관경이 연출됩니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의지를 다지는 신도의 모습]
분명히 예수께서도 부정과 부조리와 불의의 모습을 보고 분노하셨고,
이에 나서서 싸우셨고, 뒤집어엎기도 했습니다.
아름답고 고운 것. 즉 사랑과 화해의 믿음도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책 없는 낙관론 속에서 세상의 책무를 져버리는 믿음이
균형을 잃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여 이렇게 다소 ‘급진적’이지만, 실천적으로 나서는 이들의 믿음이
참으로 필요하게 보입니다. 이 무지와 야만의 시대를 구원할 ‘투쟁의 예수’를 기다려봅니다.

[투쟁-지지 격려 롤링페이퍼 작성시간 / 우성구 준목사님께서 격려 말씀을 쓰고 계십니다.]
이 날은 또 한분의 특별한 분이 와주셨습니다.

[인터넷에서 ‘진녀의 이름으로’라는 특이한 카페를 운영하시는 ‘도인’이십니다. 승복을 입고계시지만, 스님은 아니십니다.
신학대학생 출신으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기치를 내 걸고 열렬히 전도활동을 다녔을 만큼 열광적 기독교 인이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종교를 접하시기 시작하셨답니다. 승복을 입고 있는 것은
다만 편해서일 뿐이고, 목탁을 두드리면서 화복을 기원하는 여러 주문-염불은 필요에 맞게 스스로 만드신 것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이 시대 보기 힘든 ‘도인’의 다름이 아니지요.]

[잠시 위령하시는 모습.
용산 사태를 접하시고 오시려고 했지만, 어찌하다보니 늦어졌다고 하십니다. 분향소에 들어가 20여 분간 희생자의 영을 달래는
주문을 외우셨다고 합니다. 필명은 ‘지위리’를 쓰시는데 이분과는 과거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아는 분이여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위리님은 작금의 시대에 종교인들(기독교, 불교, 노장 등...)의 무실천적 믿음을 많이 안타까워하십니다.
삶과 실천에 맞물리지 않는 믿음이라는 것은 결국 허황된 것이기에 ‘나서서 행동하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좀 더 많이 세상에
나와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믿음’까지를 믿기를 바라신다고 하셨습니다. 믿음의 본질이 투쟁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믿다보면 당연히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분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카페를 소개해드립니다. 너무 난해한 이유로 쉽게 사람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싸이트입니다. => http://cafe.daum.net/jinn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