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에서 1만 3천 년 전의 기록자료 발견.
한 달 전. 지하 영토 확장을 위해서 굴을 파는 중에 우리는 약 1만 3천여 년 전의 진기한
기록 장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장치는 과거 인류의 문명이 고도로 발달했을 때 사용했던 장치로 이 장치를 사용했던
그 누군가가 자신이 머물렀던 시대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압축 밀봉한 상태로 묻은 것으
로 판단된다. 기록장치 자체의 부식이 심하거니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식 컴퓨터를
가지고는 정교하게 트랙을 나눠 정보를 저장한 그 당시의 기술을 해독하는데 한계가 있는
이유로 우리는 그 기록장치로부터 2009년 8월 22일자의 몇 장의 훼손된 사진과 산개된
한 줌의 글을 얻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지하공동체 운영위원들의 학식을 총 동원해
의미를 해석하려 했지만, 그 문장과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알아내기 힘든 상
황이다. 따라서 그 자료를 바탕으로 여태껏 추론한 내용을 공개하는 바이다.

첫째 사진.
두 여성이 먼 과거에 인류가 사용했다고 여겨지는 앰프라는 것 앞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
담겨진 것이다. 쓰인 기록에는 ‘촛불방송국 용산현지녹화’라고 한다. 산개적으로 확인되는
여러 글들을 종합해 보면 여기서의 이 ‘촛불’은 어떤 부당한 존재나 제도 가치에 대한 항
의의 이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하여 뭔가 저항적 의미의 방송 녹화였을 것이라고 판단
되는데 http://cafe.daum.net/Cmedia 에 방송이 링크되어있다는 사진의 주석이 붙어 있다
고 하지만, 인류사에 인터넷과 대중미디어가 사라진지가 오래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의 녹
음이 이루어졌는지는 그 싸이트를 클릭해 들어가도 확인할 수 없다.

둘째 사진.
이 사진은 과거 인류가 지상에서 대기를 호흡하고 살았음을 이야기해주는 몇 장 안 되는
사진 중의 하나이다. 불에 타다만 건물에서 종교의식을 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좌측과 중
간에 전깃불이 켜진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고층건물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가늠해 보면 재생 불가능한 막대한 화석에너지가 이 당시에 지구상에서 소
모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가 21세기 초반이고, 그 후 50년이 지나기 전인 21세기 중반 지구 생물 절반이 멸종
하고 생태계 연쇄붕괴의 대 파국이 생겼던 인류의 역사임을 보면, 이 장면은 인류가 지구
를 고문해서 마지막 풍요를 구가하던 시대의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진.
이 장면은 해석하기 가장 난해한 사진이다. 이는 앞선 종교의식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렬인
데, 그 가장 앞에 상복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두 여인이 앉아 있다. 이에 주석이 달린
문장에 의할 것 같으면 ‘7개월 2일째 장례를 못 치룬 여인들’이라고 한다. 이 사진과 기록
을 남긴 이가 쓴 파편화된 여러 문장들을 조합해 보면 이는 어떤 ‘쥐의 공격의 결과’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기록은 21세기 후반에 지구파괴를 보다 못한 외계 종족이 지구
를 점령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 이렇게 그보다도 훨씬
빨리 외계인의 지구침략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계 쥐의 습격을 받
아 남편을 잃은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겠는가.
에필로그
1만 3천년 전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지구적 파국을 막기 위한 나름의 방법론이 정리된 전단 도안.
그 당시 인류가 이를 보고 실행하기에는 세상이 조장한 경쟁과 성취, 욕망을 조장하는 함정이 너무 깊었으리라.
대중으로부터 소외받고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