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296일이 되었습니다. 엄동설한에 시작된 싸움은 봄을 지나 여름, 가을, 그리고 또 다시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계절이 3번 바뀌었지만 유족들에게는 늘 '차가운 겨울'이었습니다. 그리고 참사가 난 '1월 20일'에 시간은 멈추어져 있습니다. 죽은 열사들의 고통도, 유가족들의 슬픔도, 그리고 전철연 가족들의 투쟁도 '1월 20일'이라는 시간 속에 멈추어져 있습니다.
오늘의 시간에서 지난 '1월 20일'의 시간을 되돌아 볼 때 세상이 제자리를 못 찾고 자꾸만 거꾸로 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겠다던 정부가 서민의 삶의 터전마저 빼앗기 위해 서민을 쳐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엄격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당당하지만 섬기는 마음으로, 단호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던 검찰이 법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은폐기록 3천쪽을 내놓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아마 국민에게는 엄격하고 당당하고 단호하지만 자신들끼리는 따뜻하고 섬기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나 봅니다.
옳고 그름을 정의에 입각하여 판결해야 하는 법원이 수사기록이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판결봉으로 쳐 용산참사 피고인 모두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는 불의를 저질렀습니다. 판사는 검찰이 작성한 판결문을 읽는 느낌이었다고 하니 검찰이 법원에 로비를 했나 봅니다.
'처리과정은 위법하나 법안은 유효하다'라는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보류가 되어야 할 헌재 본연의 모습과 정면으로 배치된 모습이었습니다.
세계는 환경보존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친환경정책을 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환경을 파괴하고 건설정책을 통해 시멘트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정부, 검찰, 법원, 헌재. 모두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국민을 억누르고 탄압하며, 진실을 숨기고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용산참사가 국가권력이 건설자본 편에 서서 서민의 생존권을 짓밟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인명이 살상된 사건임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또한 자꾸만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거짓으로 일관된 정부, 검찰, 법원, 헌재를 일깨우기 위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는 용산 참사의 진실이 하루 빨리 밝혀짐으로써 거꾸로 가는 세상이 제자리를 찾고, 거짓된 정부, 검찰, 법원, 헌재가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마음모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