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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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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2주기 결의]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작성일
2011.01.20 16: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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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2주기에...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서 가신 열사들의 기일을 표시해 놓은 열사력이 있습니다. 달력 한 칸 한 칸을 빼곡히 메운 열사들의 이름은 민주와 진보를 향한 험로의 다른 이름이요, 인간다운 삶을 향한 이상과 열정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중에서도 첫 장 20일에는 유난히 많은 글자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윤용헌. “대책 없는 개발정책에 맞서 철거민 생존권을 요구하며 투쟁하다 공권력에 의해 운명.” 이 짧은 문구에 차마 다 담을 수 없던, 다섯 열사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은 자 누구일까요. 이들의 육신을 불태우고 명예를 더럽힌 자 누구입니까.

 

열사들의 시신처럼 유가족의 가슴도 시커멓게 타버렸습니다. 남일당 옥상 망루처럼 철거민의 희망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시커멓게 타버린 육신을 수습하고 무너져 내린 희망을 일으키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유가족의 눈물겨운 항거가 있었고 이명박 정권의 살인개발, 살인진압에 반대하는 범대위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정권의 사주를 받은 검찰의 거짓 수사와 법원의 편파 판정도 진실과 정의를 향한 국민들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물러섬 없는 싸움으로 저 극악무도하고 오만불손한 정권의 무릎을 꿇리고 열사들을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례를 치른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앞에 남은 것은 무엇입니까. 농성 구속자들은 4-5년의 중형이 확정되어 세 번째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망루 최후 생존자들은 추락 당시 입은 부상이 깊어져 영구 장애를 안은 채 7년 구형을 받은 상태입니다. 남경남 전철연 전 의장도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반면 ‘도심 테러’라며 특공대를 동원해서 철거민을 무참히 살해한 김석기 전 청장은 최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내정되었습니다. ‘살인진압 희생자 철거민 유죄, 살인진압 책임자 경찰 무죄’라는 이명박정권의 공식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살인개발의 망령은 전국 곳곳을 배회하며 민중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 한나라당 의원의 100억 원대의 뇌물수수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일산 덕이지구에서는, 천막 철거에 저항하던 딸이 연행되고 어머니가 업무방해로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용산 망루 농성에 연대했다가 수감 중인 한 동지가 살던 성남 단대지구에서도, 지난해 말 조합장의 음주폭행 난동으로 철거민이 두개골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상도?합정?천왕?광명?과천?헌인?신계?용마……. 이처럼 수많은 ‘용산’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는 처절하고 외로운 싸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 우리 민중들에게는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터전이 주어지지 않습니까. 왜 우리 민중들은 저 위태로운 벼랑 끝에 망루를 세워야 합니까. 왜 우리 민중들에게는 법과 정의보다 폭력과 불의가 더 가깝습니까. 용산의 아픔이, 우리 시대의 상흔이, 아물기는커녕 점점 더 움푹 패여 가는데, 어찌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 사회 운운할 수 있단 말입니까.

 

재벌3세들이 온갖 불법 위법 탈법 편법을 동원해서 삼십 대에 수조원의 자산가가 되는 것이 과연 공정 사회입니까. 한 달 80만원도 받지 못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당장 해고해버리는 것이 공정 사회입니까. 수십년만에 몰아닥친 한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5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가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 과연 공정 사회입니까. 노동자 민중의 고혈을 쥐어짜서 가진 자들의 배만 불리는 이 사회를, 이 정권을, 과연 공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시민 여러분, 동지 여러분. 열사의 못다 이룬 꿈과 희망을 우리가 되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사의 한과 응어리를 우리가 마저 풀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민 여러분, 동지 여러분. 다시 한 번 힘을 모읍시다. 민중의 힘으로 용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단죄합시다. 이명박정권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웁시다. 용산투쟁의 정신으로, 노동자 민중 하나로 뭉쳐 해방 세상을 쟁취합시다.

2011. 1.20 용산참사 2주기에....

용산참사 2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