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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국공항공사 노조의 김석기 사무소 지지방문에 대한, 용산참사 유가족, 피해 철거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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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15: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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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스스로 묻고 답하십시오!
- 민주노총 산하 한국공항공사 노조의,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석기 사무소 지지방문에 대한, 용산참사 유가족, 피해 철거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입장 -

1월 27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연맹 소속 한국공항공사노조 간부들이 김석기 새누리당 경주시 국회의원 예비 후보 사무소를 방문해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나종엽 위원장을 비롯, 정책국장, 사무차장, 서울지부장, 부산지부장 등 핵심간부들이 김석기와 함께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지고 심장이 떨려왔습니다. 김석기의 손끝에서 시작된 진압작전이 시작된 후 지옥 같았던 7년이 주마등같이 펼쳐졌습니다.

김석기라는 비열한 자의 7년의 행보
2009년 겨울이었습니다. 십 수 년 일궈온 생계 터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거대 개발사업에 묶여 ‘개발지역’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고 오른 망루였습니다. 동네 복집 사장님, 호프집 아버지와 아들, 포차 아줌마, 중국집 아저씨가 나섰고 옆 동네 철거민들이 이건 당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함께 했습니다. 망루가 지어진 지 단 하루만에 진압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철거민은 물론, 진압작전에 동원된 경찰의 안전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지옥 같은 화염 속에 다섯 명의 철거민과 젊은 경찰 한 명이 죽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혼절하였습니다.

시민들은 분노하였습니다. 청와대와 국정원 개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는 연쇄 살인사건을 방패막이로 용산문제를 덮으라 지침을 냈습니다. 이명박 정권 퇴진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진압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경찰청장 내정자)은 집무실에는 있었지만 무전기도 꺼놨고 자신이 직접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다가 직접 사인한 서류가 공개되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났습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받은 후에야 돌아가신 다섯 분의 장례를 355일만에 치렀습니다.

검찰은 진압의 직접 책임자인 김석기는 물론, 경찰관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기록 일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민참여재판도 거부하였습니다. 오로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철거민들만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다섯 철거민의 죽음의 책임은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경찰관의 죽음에 대해서만 논하며 오로지 농성에 참여한 철거민들에게만 죄를 물었습니다. 재판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명목으로 철거민들에게 4년에서 5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철거민들은 전국 각지의 교도소에 흩어져 4년을 버텨야 했습니다. 그 사이 김석기는 오사카 총영사가 되어 경력 세탁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9대 총선이 다가오자 그는 임명 8개월만에 총영사 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위해 입국했습니다. 무단 근무지 이탈로 대한민국 외교 역사에도 오점으로 남은 일이었습니다. 경주에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유가족이 일주일간 노숙 농성을 하며 그를 따라다녔고 그는 피해다니기 바빴습니다. 직접 지시한 바 없다더니 적법한 법 집행이었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낙선하였습니다.

2013년 가을이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뒤봐주던 김석기를 박근혜 대통령이 뒤봐주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석기를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습니다. 전문성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용산참사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정부 민영화와 노동자 탄압을 관철하는 수단이기에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공항공사노조와 함께 투쟁을 시작하였습니다. 천막을 치고 강경한 투쟁기조를 세우는 것으로 보였던 노조는 노사협상을 통해 김석기의 사장 취임을 승인하였습니다. 노조의 입장은 이해하나 우리는 농성을 할테니 천막을 스스로 철거하지는 말아달라는 유가족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천막을 걷어갔고 유가족은 노숙을 했습니다. 다음날 김석기는 정문을 막아선 유가족을 피해 뒷문으로 숨어들어 도둑 취임식을 했습니다. 유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매일 출근 선전전을 하던 유가족 앞에 김석기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에 연행과 고소고발로 대응했으며 관련 재판은 현재까지 진행 중입니다. 김석기는 임기를 채 마치지 않고 또 사퇴했습니다.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경찰엘리트에서 성공한 CEO"라는 책을 냈습니다. 끝내지도 않은 임기에 자화자찬하는 모양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요.

김석기는 더욱 당당해졌더군요. 공천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용산7주기를 앞둔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으로 가득한 경주 김석기 선거사무실 앞에서 유가족과 철거민피해자,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민주노총 경주지부는 함께 김석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울면서 이야기하고 왔습니다. 그것을 두고 김석기는 “박근혜 퇴진만 일삼는 자들”이라며 모욕했고 “나 김석기를 비판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떵떵거렸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폭압통치에 온 나라가 억눌려 있으니 자신감을 얻은 것이겠지요. 여기까지가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민주노조'의 사과를 바라지 않습니다
흐지부지 넘어가고마는 사과는 충분히 받았습니다. 스스로 천막을 걷어가던 날 밤, 무릎 꿇고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하던 민주노조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우리는 더이상의 사과를 원치 않습니다. 민주노조 스스로 묻고 답하고 슬기롭게 대처하길 바랄 뿐입니다. 그것을 위해 몇 가지 의견만 전하겠습니다.

용산참사를 만든 이명박 정부는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드는 개발을 밀어붙여 생명을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이명박 정부를 극복하지 못한 채 우리는 박근혜 정부를 맞이했습니다. 아버지 시대의 향수를 자극해 경제를 일으키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민중에 대한 총공세를 퍼부어왔습니다. ‘일반해고’의 문이 열리는 노동개악을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도입으로 온 국민의 정신을 개조하겠다는 한편, 피해 당사자를 완전히 배반한 한일 위안부 졸속협상을 강했습니다. 정부비판세력을 IS에 비유하며 테러세력 소탕을 주장합니다. 하루아침에 304명이 수장된 세월호의 유가족을 억누르는 데 여념이 없고 70세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지켜본 눈들이 서슬 퍼래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대표 한상균 위원장을 가두고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과 각 운동세력이 총선에 관한 정치방침을 토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비단 한국공항공사노조만의 일탈행위인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노동자를 적으로 취급하는 박근혜 정부의 인증마크를 단 김석기에 대해 이제는 노-사 관계도 끝났는데 응원해야 할 이유는 다만 인간적인 우애 때문일까요. 수 십 년 세월 민주노조운동,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싸워왔던 역사는 지금 민주노조의 근간 어느 곳에 남아있는 것인지 제발 보여주십시오. 정치혐오가 짙어지고 진보정당운동이 어지러운 시국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행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다시 용산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뚫려버린 유가족이 있고, 다치고 갇혀 지낸 철거민 피해자들이 있고, 개발의 폭력에 신음하는 새로운 철거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윤용헌 다섯 열사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한 원통함에 눈을 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는 싸워왔습니다. 2009년 모두가 분노하고 아파하며 용산범대위를 만들어 투쟁했던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싸워왔고, 싸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민주노조와 함께 만들었던 용산참사 투쟁입니다. 그 싸움의 원칙도 함께 만들었던 것입니다. 잘잘못은 가려냈으면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싸움이 더욱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싸움의 원칙을 함께 세워갈 조건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유가족과 피해 철거민의 가슴은 찢어지지만 이것은 누가 누구에게 사과할 문제가 아닙니다.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입장 표명의 문제가 아니라 사과를 한다면 용산참사 투쟁을 함께 했던 우리 모두에게 해야 할 것이며,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하게 돌아보고 스스로 다그치고 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6년 1월 28일
용산참사 유가족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