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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책위
제목

구속된 김태연 상황실장의 옥중편지

작성일
2009.04.09 23:44:31
IP
조회수
4,429
추천
0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1153
용산 범대위 동지들께

검찰조사를 받고 돌아와 보니 ‘접견민원서신’이 와 있군요. “안녕하세요, 용산위원장의 처이자 고 이상림 열사의 며느리인 정영신입니다” 서신이라기보다는 추모대회에서 유가족 발언을 듣는 듯 하여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듯합니다.

엊그제 밤에는 “여기 사람이 있다”를 모두 읽었습니다. 몇 일간 꼼꼼히 읽었지요. 60여 일간 함께 투쟁하면서 얼굴은 알지만, 그 세세한 삶의 내력은 잘 몰랐던 분들의 얘기를 읽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지요? 특히 유가족분들 스스로 건강 챙기시는 게 쉽지 않은데, 건강하셔야 합니다.

3월 20일 저녁 촛불추모제에 나가다가 병원 앞에서 연행되었지요. 언젠가는 이런 때가 올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막상 자유를 잃고 나니 투쟁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 명색이 상황실장이라는 자가 무책임하게 경거망동했다는 꾸지람을 들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러나 일단 접어두고 열심히 빵살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주에 기소된다고 하더니 어제 다시 추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이 압수한 제 핸드폰 비밀번호를 풀고서 저장되어 있는 통화내역(문자 등)과 전화번호를 찾아내었나 봅니다. 그것 가지고서 상황실 요원이 누구냐? 가두투쟁 관련자가 누구냐? 등 물었는데 별거는 없었습니다. 아마 이번 주쯤에 기소가 될 모양입니다. (아참, 저한테 찍혔던 몇 명을 불었으니 긴장하시기 바랍니다. ㅋㅋ)

제가 있는 방에는 모두 7명이 있는데, 그 중 한명은 철거용역업체 직원입니다. 서른이 안 된 젊은 친구인데 “여기 사람이 있다”를 열심히 읽더군요. 읽고나서 “여기 나오는 사람들 아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했지요.
무얼 느꼈는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내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나갈 모양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딴 일 해라”는 한마디는 했습니다. 그 친구 오늘 낮에 운동시간에 같이 걸으면서 그러더군요. “이제 농사나 지어야 겠다” 고. 참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세상입니다.

이 투쟁도 지난날의 수많은 투쟁처럼 힘이 모자라서 질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결코 스스로 물러서거나 중간에 포기할 수 있는 투쟁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하게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데, 강제철거로 죽이고, 저항한다고 죽이고, 죽여놓고 또 죽이는 “용산참사”를 어찌 중간에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서도 ‘사회정의’, ‘민주’, ‘진보’, ‘평등’ 등을 외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상황실 동지들께 왜 이리 흥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빵살이 스트레스가 쌓이나 봅니다.

조사하든 경찰인가 검사인가도 용산범대위가 걱정되는지, 후임 상황실장이 누구인지 묻더군요. 자존심도 좀 상하고 해서 호기롭게 큰소리 쳤습니다. “용산 범대위에는 진보정당, 민주노총, 전농, 한국진보연대, 인권, 종교, 학술 등 내노라하는 운동단체들이 함여하고 있다. 나 정도의 상황실장은 얼마든지 있으니 각오하라!”고 말입니다.
제가 너무 큰 소리 친 건가요?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탄압이 좀 심해진다고 하여 용산범대위의 투쟁이 약화되도록 제 단체들이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을 믿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이깁시다. 꼭!

2009.4. 9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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