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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용산참사 공판 ‘반칙왕 검찰’

작성일
2009.05.19 01: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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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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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용산참사 공판 ‘반칙왕 검찰’
정정훈/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반칙’에 대한 ‘벌칙’이 고작 반칙을 도와주는 결과에 불과하다면, 세상은 <반칙왕>들의 천국이 될 것이다. 검찰은 용산 관련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묵살했다. 법원은 이러한 검찰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의 ‘반칙’에 대한 법원의 ‘벌칙’은 그 3000쪽을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거로 제출하지 ‘않는’ 검찰과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는 법원, 말은 다르지만 그 뜻과 결과는 다르지 않다. 검찰의 의도는 관련 수사서류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고 피고인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 의도는 법원의 수사기록 공개 명령을 위반함으로써 오히려 더 완전하게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법원의 무력함으로 검찰 주연의 <반칙왕>이 완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밝혀 정의를 확립하는 것이고, 검찰은 이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 형사소송의 이념은 검사에게 ‘객관의무’를 부과하고, 공익의 대표자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법원의 명령이 없더라도,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능동적으로 공개해야한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월등하게 우월한 증거수집 능력과 수사 기술을 갖추고 있어 소추자인 검사는 거의 모든 증거를 독점하게 되므로, 증거의 공유 없이는 실질적 당사자 대등은 기대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있었다. 증거개시제도는 주권자의 대리인인 검사가 형사사건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용산공판에 임하는 검찰의 태도는 진실을 밝혀야 할 ‘재판’을 승패를 다투는 ‘게임’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검찰의 태도는, 반칙은 했지만 규칙에서 정한 벌칙을 받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의 정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검찰을 공익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가? 검찰 스스로 공익의 대표자로서 지위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검찰의 변명은 초라하다. “재판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서류”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의 공개 결정 이후 일부 공개된 수사기록들은 검찰의 변명과는 다른 사실을 말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게임의 심판을 보는 공정한 제3자가 아니다. 법원 스스로가 실체적 진실을 밝혀가는 적극적인 주재자여야 한다. 법원은 적극적으로 검사의 의무 불이행을 제재했어야 한다. 검사의 의무 불이행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임을 확인했어야 한다. 직권에 의한 압수수색이든, 적극적인 석명권의 행사든, 진실 발견을 위한 법원의 개입은 형사소송의 본질이자 법원의 의무다. 3분의 1의 진실이 가려진 재판은 ‘반의 반쪽짜리 재판’이 아니라, 재판이길 그친 재판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법원이 검찰 주연의 <반칙왕>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 사각의 링 위는 반칙이 통하는 고독한 정글일 수 있지만, 적어도 법정만큼은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정정훈/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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