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게시판

욕설 및 비방, 광고글, 도배 글은 삭제됩니다.

작성자
울산노동자
제목

망루전 울산 전시를 마치며-이향희

작성일
2009.07.02 19:28:43
IP
조회수
2,390
추천
0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2994
용산참사 게릴라 기획전 <망루전亡淚戰> 울산 전시를 마치며
[기고] 선한 이들의 침묵을 깨는 작은 파문...2000명 관람, 1100명 서명, 465만원 모금

“벌써 100일입니다. 4대 종단(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이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용산 범대위)와 공동 준비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100일 추모제는 원래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폭력경찰은 집회신고 대상이 아닌 추모제를 불허하였고, 더군다나 종교행사이었음에도... 서울시청광장을 전경버스로 꽁꽁 에워싸고 차벽을 세우고 전경들을 알박기해서 또 추모제를 방해했습니다. 결국 서울역 광장으로 옮겨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교적 많은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그래도 자꾸 잊혀지는 것 같아... 너무 슬픕니다...”

2009년 4월 29일 당 홈페이지에 한 당원이 올린 글을 보고 한참 동안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울산이 4.29 재보궐 선거로 떠들썩했던 바로 그 순간, 비통하고 참담한 백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1월 20일,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살인진압은 충격적이었으나 나의 몸과 마음은 미포만 굴뚝 위의 고공농성자들에게 있었습니다. 심지어 용산참사로 인해 형성된 여론에 적잖이 정치적 부담을 느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의원이 나서서 미포사태가 일단락되고, 1월 23일 헬기를 통해 구조되던 고공농성자들의 안전을 확인한 후에는 안도감마저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조금 과장하자면 전쟁 같은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비통하고 참담한 그리고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용산을 보면서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일인시위, 성명서, 기자회견, 캠페인, 집회... 순간 떠오르는 모든 것을 지우고 다시! 다시!를 반복하기를 몇 번, 그러다 망루전을 발견했습니다.

‘용산참사와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1월 20일 용산참사의 폭력적 현실을 세계에 고발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유족과 더불어 그 슬픔을 연대하기 위해 마련한 「용산참사 게릴라 기획전 <망루전亡淚戰>」.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시 등 다양한 쟝르의 예술작품으로 용산의 아픔과 분노를 고스란히 들려주는 망루전이라면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울산의 벗들과 시민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겠다, 그래 이렇게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준비 흐름은 5월 하순 ‘망루전을 준비하는 울산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정당인, 노동자, 해고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하나로 묶어세워주었습니다. ‘용산참사와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망루전을 준비하는 울산사람들’도 거창한 제안서 한 장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논하고 실천했습니다.

‘망루전을 준비하는 울산사람들’은 망루전에 출품된 주요 작품을 전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화물연대 노동자 박종태 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아트와 을밀대 강주룡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공농성의 역사를 돌아보는 사진전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참사 이후 5개월이 되도록 진실이 은폐된 채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유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나누는 ‘유족과의 대화’로 개막식을 대신하고, 1차 전시를 마치고 지난 20일 용산참사 현장에 다녀오는 것으로 폐막식도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울산대공원 해피갤러리에서 진행된 2차 전시는 하루 평균 27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연일 성황이었습니다. 6월 3일 촛불문화제 현장 홍보에서 시작된 망루전 울산전시는 철거민 석방을 탄원하는 서명 1100명, 모금 465만100원, 관람객 2000여명이라는 수치보다 더 큰 마음이 모였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용산은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모든 학살이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가해자들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과잉진압은 없었다’. ‘사망자가 있었지만 정당한 공무집행 중 일어난 것으로 인권침해라 할 수 없다’. ‘진압책임자 사퇴주장은 반정부세력의 체제전복 시도다’. 익숙한 멜로디만 반복하는 고장난 레코드처럼 이 비극은 좀처럼 멈출 것 같지가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있던 날도 철거는 진행되었고, 망루전 울산전시 준비팀이 방문한 지난 20일 참사 만5개월이 되던 그날도 추모제는 공권력의 탄압으로 온전히 진행되기 어려웠습니다.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해결은커녕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틴 루터 킹의 말처럼 비극은 악한 자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망루전 울산전시가 이 참혹한 비극을 끝내기 위해 울산의 많은 선한 사람들의 침묵을 깨는 데 아주 작은 파문이라도 일으켰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리고 더 큰 파문을 만들기 위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물론 서두르지 않고.

마지막으로 망루전 울산 전시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망루전亡淚戰> 울산 전시에 함께 해주신 분들
김학근 곽영화 이민우 김용화 이석진 이춘영 심재익 김영아 김기태 김정진 정양수 최용진 이재백 김명환 김상록 권보연 진환 김은철 정해창 정재윤 유인숙 김옥자 김은정 조영애 서경만 김형근 김남명 배경환 주진우 권정호 강정실 윤종노 김태근 김현주 김수민 강태영 신종석 김철한 장원준 설남종 전명환 김형균 이정하 오영성 이충엽 지용기 우창수 조돈희 조성웅 김주익 박현정 박주석 권우상 김경아 이해욱 지경환 박회송 김경우 홍석진 홍영기 최윤정 이은영 이종호 김순진 고은희 김형기 남교용 곽병도 박아제 노옥희 이동익 이춘식 김우식 박의근 이범헌 김원주 김상곤 조가영 강진관 홍영출 이재학 임종준 현미향 한기영 김석한 이정호 박철수 권진회 심재근 임종성 유미희 이정욱 홍효은 김수희 최수미 이형진 오세일 백선영 양치상 이주연 김대식 이승용 배문석 박성락 나연정 이말숙 이향희 민주노총울산 자본의위기전가에맞서싸우는울산공투본 공공노조울산 공무원노조울산 전국건설플랜트건설노조울산 전교조울산 진보신당울산시당(준) 현대자동차지부 교육위원회 민투위 민혁투 현장연대 전현노 민노회 공투위 무활모 민주현장 서영호양봉수열사회 부산울산경남열사회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울해협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장애인부모회 울산노동법률원새날 건약울산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현대자동차문화총패해방의주춧돌 울산노동자노래패연합 전교조노래패한판 화요일7시 춤패무리 소극장품 책마을페다고지 울산노동뉴스 사회당울산시당

* <망루전亡淚戰> 울산 전시 재정 465만100원(개인 및 단체 후원금 396만5000원 /모금함 43만9100원 /책 판화 판매 24만6000원)은 전시관 대관, 홍보, 진행비로 239만510원을 사용한 후 잔액 201만3590원을 용산유족에게 전달했습니다(책 판화 판매대금 24만6000원은 작가들에게 전달했습니다).


해피갤러리 전시(사진=정기애 현장기자).



이향희(사회당울산시당 위원장) / 2009-07-02 오후 5:56:06
덧글 쓰기
[TXV9QJ] 이 문자열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