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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반년 추모미사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작성일
2009.07.21 16: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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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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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3624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투쟁의 꼭대기에서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7월 20일 용산참사 반년, 용산참사 해결 촉구를 위한 추모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서울교구 빈민사목부 주관으로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추모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육개월전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신 5분 열사의 영혼을 위해서 이 추모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길 간절히 기도하였고,

이 끔직한 일이 빨리 해결되길 촉구하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공동집전 신부님

서울교구

   김용태(주례, 사회사목부장) 이기우 조재형 이철학 이승주 손석식 이영우 조대현 이강서

   조영식 김범준 강신구 송재영 이광휘 이동원 박경근 박정우 박민서 임용환(강론) 이승민

   송영호 정진호

 의정부교구   최재영 도현우 상지종 정석현 이현섭 김규봉

 부산교구      유영일 조욱종 김준한 김태균 권경렬 김인한 조성문 김수진

전주교구      문정현                   수원교구    방상복             광주교구   김태균               

 꼰베뚜알     윤종일,김대아          예수회       박문수 김성환 김정대 조현철

예수고난회  서현승                   골롬반       오기백

예수성심회  김대선                   메리놀      하유설

 

   (54분의 신부님이 참석하셨습니다. 죄송하게도 명단에서 빠진 분들이 계십니다. 양해 바랍니다.) 

 

 

 

 강론                                                                                                      임용환 신부

 

용산 반년 

 

7월 중순 매미 소리는 지금이 한 여름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느 때보다도 무덥고 힘든 날씨가 계속되겠죠? 지금 우리는 여름의 꼭대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름은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입니다. 조금 더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그 여름의 꼭대기에서 우리는 오늘 용산참사 6개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많으신 분들이 오늘을 함께 하고자 모였습니다. 저 멀리 부산과 완도에서도 오셨습니다. 저는 오늘이 용산참사해결을 위한 투쟁의 꼭대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지치고, 힘들고 어렵겠지만 이제부터는 해결을 위한 내리막길이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제 마음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습니다.

 

6개월 동안이나 버텼고 싸워왔다는 기쁨과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슬픔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유가족들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 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웃을 때 함께 웃었고 그들이 행복하다고 말할 때 우리도 행복했습니다. 그들이 울 때 함께 울었고 분노할 때 함께 분노했습니다.

 

며칠 전 미사 중에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잠자리가 무심히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곳이 다른 어떤 곳보다도 평화로웠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이곳을 평화롭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켜 가야 할 생명의 힘이고 소중함입니다.

 

그렇듯 우리는 이곳 처참하고 끔찍한 현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이곳을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평화와 기쁨의 자리로 웃음과 위로, 위안과 용기의 장소로 변화시켰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힘입니다. 우리의 능력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철거민 여러분과 유가족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용산참사 6개월을 지내는 오늘, 용산참사해결을 위한 투쟁의 꼭대기에서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 다시 힘을 합칩시다.

예언자 나탄처럼, 당신, 다윗의 왕권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며 따라서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것을 빼앗지 말라고 나탄이 다윗을 꾸짖은 것처럼 우리도 함께 외칩시다.

 

일찍이 교회는 가르쳤습니다. ‘정치권력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또한 하느님의 주권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본받아 행사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자부적인 배려로써 온 우주뿐 아니라 각개 피조물까지도 보살피시고 다스리신다. 따라서 사회 전체나 일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에서 그 침해를 회복하거나 미연에 방지할 만한 별다른 방도가 없을 때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태 26항)

지금 정부가 갖고 있는 권력은 하느님과 국민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정부는 하느님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이라도 당장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끌어안읍시다. 우리 모두를 끌어안읍시다. 이곳 용산현장을 끌어 안고,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 유가족들을 품에 안읍시다. 복음의 사마리아 인처럼 생각이나 머리가 아닌 뜨거운 사랑의 가슴으로 함께 합시다.

 

소포클레스는 말했습니다. ‘삶의 무게와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한마디의 말 그것은 사랑이다.’

 

더 이상 어떤 의무감이나 이론이나 생각 만으로 이곳에 오지 맙시다. 사랑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합시다.

그리고 말합시다. 난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당신들을 사랑하기에 이 자리에 함께 합니다 .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이겨냅니다.

 

정호승 시인은 말했습니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 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 정호승-폭풍)

 

우리는 용산참사의 폭풍을 두려워하며 이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모아 손과 발을 모아 사랑과 평화와 정의의 바람으로 이 폭풍을 날려버릴 것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계시고 이웃이 있고 동료와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해주시는 신부님들 수녀님들 교우와 동지 여러분 그리고 철거민과 유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목록

rtry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07.21 19:15

가봐야 했는데...그래도 많은 사람이 함께 했다니 다행이네요..신부님들 수녀님들 감사합니다..
언젠가 진리가 승리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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