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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점노조연대
제목

빈민운동/ 대구 서문시장 노점상 살인사건이 말해주는 것들

작성일
2009.08.01 20:14:30
IP
조회수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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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주소
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3748
[논평] 빈민운동/ 대구 서문시장 노점상 살인사건이 말해주는 것들

7월 30일 오후 8시경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앞 도로에서 자리를 두고 노점상끼리 다투다 박 모(66)씨의 흉기에 차 모(56)씨가 찔려 숨진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보도에 의하면, 두 사람은 7,8년 전부터 나란히 노점상을 하며 평소에도 자리다툼을 해왔던 사이로, 이날 차 씨의 남편 이 모(62)씨가 쇠막대기로 박 씨의 머리 등을 수차례 때리자 격분한 박씨가 흉기로 차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빈민운동에 속하는 노점상 사이에서 벌어진 단순한 살인사건이지만, 좀 더 유심히 보면 기존의 노점상들이 갖고 있는 모순들이 함축돼 있다.

첫째, 노점상 자리 유지는 ‘완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점상 세계에서는 흔히 자리를 두고 “한 뼘에도 살인이 난다”는 말이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다. 노점상 자리 면적이 소득과 직결되는 까닭에 노점상끼리 경쟁에서 완력이 강한 자가 대부분 현장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번 사건에서 박씨는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될 살인을 저질렀지만, 66세의 고령으로 자신보다 젊은 부부의 완력에 흉기로 저항한 상대적 약자로도 볼 수 있다.

둘째, 완력은 ‘힘의 논리’로 발전하면서 조직으로 전이된다.
노점상 현장이 일상적으로 용역깡패와의 싸움이나 ‘노노싸움’과 같이 극도로 열악하다보니 그 중에서 힘(완력+금력)이 있는 사람이 지역조직을 장악하게 되고 나아가 중앙조직 또한 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셋째, 노점상들의 기득권이 신규노점의 진입을 가로 막는다.
노점상들은 ‘자율정화’란 명목으로 지자체에 앞서 스스로 신규노점의 진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공황기 초입에서 벼랑에 밀린 기층민들이 노점을 하고 싶어도, 노점상끼리 '노노싸움'을 벌일 정도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나눔’을 기피함으로 기층민들이 설 자리가 없다. 쌍용차 사태에서 파업노동자들을 공격한 사측 노동자들과 일면 닮았다.

결론적으로 ‘노점상’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자본’의 한 단면인 까닭에 ‘노점상’ 사이에서 ‘동지애’가 생기기는 극히 어렵다. 이번 살인사건에서 우리는 ‘동지애’가 가능한 생계형 ‘노점노동자’의 절실함을 새삼 느낀다. 자신이 노점노동자임에도 의식하지 못한 채, 자본의 논리를 따라가는 노점상들이 오늘도 정글의 법칙 속에서 피아를 구분하지 못한 채 ‘노노싸움’으로 길을 헤매고 있다.

서문시장 살인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하여, 인간의 황폐화를 막기 위하여, 생산적인 노점운동을 위하여, 노점에서 ‘자본’과 ‘노동’의 혼재는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 비공식노동으로서 ‘노점노동’의 인식이 꼭 필요한 이유다.


2009. 8. 1

노점노동조합연대 (노점노련)
http://www.nojumno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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