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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천막편지(10/22) - 다 죽어버릴까?

작성일
2009.10.22 18: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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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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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out.jinbo.net/webbs/view.php?board=mbout_4&id=4977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단식기도    10    일째

 

다 죽어버릴까?

 

“야 조심히 가라 잉! 빨리 달리지 말고.”

“헤헤, 요새는 천천히 다녀요^^”

어제 천막을 나서는 데 문규현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다.

 

오늘 아침 새벽에 전화가 왔다.

문 신부님이 응급실에 계시다고 빨리 오란다.

정신없이 일어나서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갔다.

전 신부님, 나 신부님이 응급실에 계신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야 큰일 날 뻔했다.”

“아침에 심장이 멈췄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무 생각이 없다.

성모병원으로 옮긴다고 응급차가 먼저 떠난다.

응급차에 실리는 문 신부님의 모습이......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난리다.

의사들이 간호사들이 정신이 없다.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말하면서 치료한다.

호흡기를 꼽고 주사를 꼽은 모습이 애처롭다.

들어가기 싫었다.

우리 문 신부님이 그렇게 누워있는 것을 보기 싫어서......

 

 

 

응급실에서 나와서 담배를 핀다. 담배가 쓰다.

단식을 해서 몸속에 필요한 것들이 많이 부족하단다.

물도 많이 안 드시고, 죽염도 많이 안 드신 것 같단다.

옆에서 흰수염 신부님은 눈이 빨갛다.

단식은 죽으려고 하는 마지막 수단인거여.

그래서 힘든 거여.

하는 것도 힘들고 끝내는 것도 힘들고.

 

중환자실로 옮기는 데 따라 갔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왜 그려. 무슨 일이여. 빨리 빼!” 라고

말씀하실 것 같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침대에 힘없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경찰에게 큰 소리치고, 이리저리 뛰면서 사람들을 보호하던 모습이 아니다.

약자 편에서 언제나 함께 하던 모습이 아니다.

지금은 힘없이 누워있다.

강자에게 맞아서 힘없이 누워있는 저 강도만난 사람과 같다.

십자가에 힘없이 매달려 있는 갈릴래아 사람 예수 같다.

 

인터뷰를 하고 난 전 신부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흐른다.

함께 눈물을 흘린다.

“다 죽여라. 다 죽어야 직성이 풀리겠냐?”

속으론 문 신부님 죽으면 안되요. 기도한다.

살아나시라고 기도한다. 함께 다시 싸우자고 기도한다.

 

사제로 산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죽어도 나 자신을 위해서 죽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가신 그분의 뒤를 따라 가는 것이다.

그분의 십자가와 죽음을 따라 가는 것이다.

밥을 굶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은

우리의 행복이나 기쁨이나 만족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에서

책임을 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문 신부님

일어나세요.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새까만 얼굴에 환한 웃음이 보고 싶어요.

일어나서 우리와 함께 다시 싸워야지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함께 웃으며 사는 그날을 위해서요.

 

기도해주세요.

빨리 일어나시게요.

다시 일어나서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게요.

그리고

함께 해주세요.

정부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진정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더 이상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말도록.

 

11월 2일 서울광장으로 와 주세요.

 

 

 

10월 21일 천막 풍경

 

송년홍, 문규현, 김종성, 오병수 신부님.

 

인터뷰하시는 전종훈 신부님.

 

기도하시는 송년홍, 문규현, 나승구, 김종성, 오병수 신부님. 

덧글 목록

엄보컬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10.23 04:00

신부님.. 일어나실꺼라 믿습니다.. 명동성당 앞에서 그렇게 환하게 웃어 주셨는데.. 꼭 일어나시리라 믿습니다.. 신부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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