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종에서 벗어나 의로움의 종이 되시오!

강론 이용옥 신부(인천교구 송림동성당)

오늘로써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275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문득 저는 우리가 왜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며칠 되었는지 매일 매일 이렇게 날짜를 꼽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루하루가 길면 길고 짧으면 짧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는 275일이 참으로 긴 투쟁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서 날짜를 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또한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했던 1월 20일.. 그날을 시작으로 우리는 계속 며칠 지났는지 날짜를 꼽기 시작했습니다. 열사들의 죽음이, 더 많은 보상을 받고자 한 이기적인 동기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투쟁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만인이 알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진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이 사건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되면 언젠가는 조용히 사그러들거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용산 문제 해결에 있어서 어떠한 적극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용산 참사 보상 문제는 용산 범대위가 아니라 오직 유가족들하고만 하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철거민 모두의 문제이고, 그 문제의 핵심이 용산에서 일어난 것인데, 사건을 축소하고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 중앙정부는 이런 카드를 커낸 것 같습니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경찰의 날이더군요. 경찰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너무나 잘 알고 계시죠? 그 뜻이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사전에서는 경찰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경찰이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민을 계몽·강제하는 특수행정작용으로, 좁은 의미로는 법의 집행 및 범죄수사를 통하여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국가기관이나 그 구성원을 가리킨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무엇입니까?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보호 받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오히려 그들이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으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죽인 것도 모자라서 그 책임을 죽은 자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으니, 더 억울할 일입니다. 지금도 우리들 곁에는 경찰들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아니 감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문제를 일으킬 범죄자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이해가 가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가 가고 애정이 가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것이 저의 간절한 심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오늘 1독서 로마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은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전에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당신이 전해 받은 표준 가르침에 마음으로부터 순종하십시오. 당신은 제발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과 정의의 종이 되십시오!” 이 말씀이 참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귀와 마음을 열어 주시길 간곡히 기도드립니다. 그리하여 길게 끌고 온 이곳 용산의 문제가 유가족들이 원하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되길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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