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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해결, 이 해가 저물기 전에

작성일
2009.12.04 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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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해결, 이 해가 저물기 전에

 

경향신문 기고 - 조광호 | 신부·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교수

 
시인 정희성은 ‘길’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중략)/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세상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마음 단단히 먹고/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그의 시는 물안개 피는 초겨울 호수 같이 고요하고 아름답다. 지난달 어느 모임에서 그로부터 선물받은 CD를 자동차 안에서 들었다.

지난 주일 저물어가는 스산한 저녁 나절 나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옆길을 지나고 있었다. 무거운 잿빛 하늘 아래 거대한 괴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도심의 거리는 예전과 다름이 없지만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는 영혼들이 내 눈 앞에 어른거렸다.

세상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도 아직 장례를 못 치른 그들은 무도한 폭도가 아니다.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마음 단단히 먹고/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라고, ‘비장하리만큼 단호한 의지’로 세상의 온갖 유혹을 뿌리치며 살아가는 시인처럼 그들은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살던 선량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었다/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았다/세상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여웠다/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려웠었다”라고 오늘 그들은 우리에게 침묵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최후를 맞았던 죽음의 망루는 물질에 눈먼 시대, 못 가진 자들에 대한 무시와 경멸을 제물로 삼는 오만한 물신숭배자들이 만든 번제의 제단이었고, 선량한 인간양심을 짓밟고 처단한 야만적 결행처였다. 그러기에 그 망루 속에 소진되었던 그들의 죽음은 오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죄요,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업보다. 용산참사는 삶을 위한 최소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정당한 절차 없이 무조건적인 강제철거로 쫓겨나 죽음으로 내몰린 야만적 사건이다.

그리고 그 이후 MB정부의 대응은 문명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수준으로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선진한국을 꿈꾸는 우리들의 자화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개발이익의 독점적 재개발, 비현실적 보상체계, 폭력을 동반한 철거를 방치하고 묵인하는 근본적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법체계는 어찌하여 철저히 가진 자들 중심으로 되어있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자들 대부분이 우리사회의 주요한 임대업자들이기 때문인가?

말벌은 다 빠져나가고 하루살이만 걸리는 법망으로는 인권을 수호하고 정의를 지킬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한다. 인권 옹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촉구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살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이제 더 미루어서는 안된다.

용산참사의 해결과 대책 마련은 이 해가 저물기 전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요 임무다.

<조광호 | 신부·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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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이 덧글수정 덧글삭제

2009.12.04 15:15

참 좋은 글입니다. 올해 용산참사 해결하고, 내년부터는 그간 경찰이 해놓은 짓꺼리를 응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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