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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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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투쟁은 돈때문이라던 내가..."

작성일
2010.03.17 21: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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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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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투쟁은 돈때문이라던 내가..."
[인터뷰] 르포 만화 <내가 살던 용산>의 김수박 작가
출처 :
"철거민 투쟁은 돈때문이라던 내가..." - 오마이뉴스

 

용산참사 1주년. 폭도 혹은 도심의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쓴 채 죽어간 '그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만화책으로 묶여 나왔다. <내가 살던 용산>(보리출판사)이다.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 등 6인의 만화가들이 참여한 이 책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 '철거민'을 그린 김수박 작가를 만났다.

 

 

 

"처음 김홍모씨가 '이 일을 기록으로 남기자!'고 말했어요. 그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안 그래도 그냥 흐지부지 넘어갈 일이 아닌데 사회분위기가 너무 외면하고 있고, 그것이 섬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용산에 직접 가기 전까지는 저도..."

 

  
새 만화 <내가 살던 용산>(좌)과 김수박 작가(우)
ⓒ 만화규장각
내가 살던 용산

 

2008년 이미 '기륭전자' 농성에 관한 만화를 기획한 바 있었던 김수박 작가는 사정이 있어 작품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만화 매체의 사회 참여 역할에 대한 고민을 늘 가슴 한쪽에 남겨두고 있던 터였다. 그는 김홍모 작가의 제안에 적극 힘을 실어줬고, 이후 김성희와 신성식, 유승하, 앙꼬 등이 뜻을 모았다.

 

서울 순화동에서 1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하다 식당이 철거당해 북아현동 달동네 꼭대기로 쫓겨가야 했던 고 윤용헌씨, 고향을 떠나 20여 년을 살았던 수원 신동에서 고 한대성씨, 5년째 용산에서 삼호복집을 운영하던 고 양회성씨, 26년 넘게 용산에서 장사를 했던 고 이상림씨, 용인에서 13년 살던 집을 철거당하고 옮겨간 성남에서 또다시 철거당해 네 식구가 천막에서 살아야 했던 고 이성수씨까지.

 

고인이 된 다섯 명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작가들은 한 사람씩 맡았고, 그날의 긴박했던 '망루' 안 이야기도 한 편 넣었다.

 

김수박 작가는 윤용헌씨의 이야기를 맡았는데, 솔직히 직접 현장에 가보기 전까지 그 역시 참사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았었다고. 철거민들의 농성은 그저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한 욕심처럼 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 그간 언론이 전한 말과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사람이 당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진다"고 했던 고 윤용헌씨의 말이 그의 가슴을 쳤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취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작가들은 병원 영안실과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필요하다면 감옥에 면회를 가거나 편지를 통하기도 했다. 그림 한 컷, 내레이션 한 줄까지도 '진짜'를 더해갔다.

 

"용산 앞에서 차가워지기 위해 노력했어요"

  
김수박 씨가 그린 <철거민> 중 한 장면.
ⓒ 보리출판사
내가 살던 용산

 

 

"용산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보다 '진실이 무엇이었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화 시켰습니다. 작가와 독자의 감정이 정보를 덮어 버릴 정도로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성적인 면이 너무 많으면 사실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감성을 배제하려 했고, '풍자'의 시선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피해자나 약자에 대한 동정의 시선도 옳지 않다고 봤어요. 이 이야기는 만드는 자와 독자가 손잡고 눈물 흘리며 카타르시스를 공유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정확하게 담고, 독자가 인식하기 흥미로운 형식을 사용했습니다. 예술가로서 내비치고 싶은 '멋' 역시 경계했고요. 솔직히 그건 내 자신이 참기 힘들어요. 구역질 나잖아요."

 

이렇게 완성된 소위 '르포만화' <내가 살던 용산>. 책은 우리가 막연히 숫자로만 기억하는 죽음이 아니라 애틋했던 삶 하나하나를 찬찬히 보여준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남편이었고, 형제였으며, 이웃이었던 그들. 망루 안에 갇혀 타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또, 만화책으로서는 매우 드물게도 동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책은 타협없이, 심지어 눈물 한 방울 섞지 않고 덤덤히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접 읽어 보고, 무엇을 느낄지는 독자들의 몫이리라.

 

"매번 언론이 와서 유가족들 이야기를 다 취재해 가서는 정작 의혹에 관한 부분은 싣지를 않습니다. 그만큼 사회가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아요. 외면하죠.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는 그저 그렇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자처하는 사회에서 '나 억울해서 안 되겠다'는 사람들을 도심테러리스트라고 '단정'하고 넘어가버리는 사회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데, 그냥 봐도 의구심이 드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이걸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하면 진실을 밝혀 줘야 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국회의원도 뽑았고, 세금도 내지 않았습니까. 그냥 이렇게 넘어가면 유가족들은 죽은 남편과 아버지가 '테러리스트'였다고 결정 지워진 채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겁니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합니까."

 

김홍모 작가는 한 인터뷰를 통해 "취재하면서 울고, 그리면서 또 울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수박 작가는 오히려 "차가워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더 많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수시로 밀려드는 "안타까움의 파도"를 피하기 위해 애썼다. 오로지 이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고 싶어서였다.

 

드디어 지난 1월 출간된 책을 받아들고, 그는 대구 집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은 후에야 그는 비로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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